나는 아이를 낳아본 경험은 없지만, 출산은 몇 번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여자가 출산의 고통을 기억한다면 인류가 멸종되었을거라 말한다. 다시 출산을 원할 리 없으니까. 예쁜 아기의 사진은 누구나 좋아한다.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고 말끔하고 조용히있는 아기는 귀엽다

내게는 화려한 사진이 가득한 인테리어 잡지가 마치 예쁜 아기 앨범과 같다. 그런 사진은 모두 자랑스럽지만, 그 상태를 만들어내기까지의 혼란을 떠올리면 터무니없게만 느껴진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현장 노동자, 푹푹 찌는 날씨, 거칠게 소리치는 고객, 부상, 다시는 일을 맡지 못할 만큼의 끔찍한 실수 등은 도대체 그 사진 속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의 생명은 표면 아래에 숨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에서는 한껏 팽팽해진 살 아래로 뼈대와 힘줄을 볼 수 있다.
조각 작품의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는 그가 해부를 통해 터득한지식이 담겨 있다. 전문 사냥꾼은 사냥감을 몇 주간 걸어두거나직접 잡으면 고기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안다. 예쁜 사진, 잘 가꾼 정원, 잘 차려진 식탁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정말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잡지에 나올 법한 집을 지으려면 한동안 기름때와 흙먼지를뒤집어써야 한다. 전 세계의 광고주와 별볼일없는 인플루언서들은 끝도 없이 부를 축적하는 것이야말로 화려하고 만족스러운삶을 누리는 길이라고 목이 쉬도록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우리가 걸친 암흑의 철갑을 뚫지 못한다. 우리는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진 실제 모습을 너무도 잘 안다. 궁전 같은 저택에 손님들이 감탄하면 자부심은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녀에게 사랑받는 부모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예를 배우거나 육체노동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먼지나 흙 반죽이나 어두운 생각을 외면하면인생에서 유의미한 순간을 지나쳐버리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직접 만들어보면, 완성품을 소유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30년 전이라면 이런 말을 감히 하지 못했을 테고, 할 말도 그다지 없었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니살면서 배운 점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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