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보여 주마 창비아동문고 225
박관희 지음, 변영미 그림 / 창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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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세상에도 힘이 있어야 하는구나 싶어 약간 씁쓸하다. 의한이 같은 아이들은 늘 있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그랬다. 힘이 약했던 난 늘 동선이 같은 입장에 있었다. 그 시절에도 힘센 아이들은 가장 만만해 보이는 아이들을 골라 힘자랑을 하곤 했다.

표제작 <힘을, 보여주마>의 의한이도 다리가 불편한 차석이에게 잘해준다는 이유로 동선이를 괴롭힌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차석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동선이가 읍내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갈등을 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이 차석이를 놀리거나 괴롭힐 때마다 동선이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놀림을 당하는 차석이를 볼 때마다 안쓰럽고 진짜 차석이가 불쌍해졌기 때문에 자꾸 외면하게 된다. 그로 인해 마음에 벽이 생기고 차석이도 그것을 눈치채게 된다.

하지만 차석이는 동선이에게 어린 시절처럼 스스럼없이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차석이의 속마음을 알게 된 날 의한이와 마주친 동선이는 차석이 앞에서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내어 그들을 쫓아버린다. 그리고는 차석이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한다. 차석이는 동선이 같은 든든한 친구가 있어 많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지독하게 운이 좋은 아이>에서는 진짜 지독하게 운이 좋아 아이들의 미움을 받는 아이 새롬이가 나온다. 이종 사촌인 새롬이를 바라보는 같은 반 하영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마지막으로 하영이가 쓴 글을 가지고 독후감상을 받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런 아이가 옆에 있다면 정말 몇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마음이 일 정도이다.

<다복이가 왔다> <바보 은태> <학급 문고 책도둑 사건>은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 편 다 소외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라서 마음이 짠해졌다. 소외받는 아이들을 끌어안아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간방 갈래 머리>는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모부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갈래 머리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같은 또래 아이의 시각으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성폭력은 정말 빨리 사라져야 할 사회의 악이다.

마지막 작품 <화장>은 따뜻하다.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엄마를 위해 돼지 저금통을 털어 화장품을 고르고 엄마에게 화장을 시켜주는 딸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결혼 사진처럼 예쁘게 화장을 시켜서 엄마의 기분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려는 아이에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아이의 마음이 통해 엄마의 병이 나았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학창 시절을 보내고 기억 속에 남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한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돌아보게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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