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잠깐 사이에 별별 상상을 다 한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순식간에 우주 비행사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고, 공룡 세계에 다녀오기도 하고, 인어 공주가 되어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기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교훈만 들이대야 직성이 풀리던 시대에 이렇게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은 이가 바로 루이스 캐럴이다. 그는 마음껏 상상하며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아이들 품에 안겨 주었다.

어느 출판사를 막론하고 애니메이션 세계 명작 동화 시리즈에 꼭 끼어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알록달록 예쁜 그림의 주인공은 앨리스나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내용도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 몇 개를 늘어놓는 데 그쳤을 뿐이다.

간단한 내용만 전달해 주는 그런 류의 책은 좋은 책이 아니라는 생각에 선뜻 아이들에게  내밀지 못했는데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차라리 좀더 자라 읽기 능력이 될 때 제대로 번역된 이 책을 읽히는 것이 아이들의 상상과 모험 세계를 넓히는 데 더 도움이 되겠기 때문이다.

원전에 가깝게 번역된 이 책은 존 테니얼의 그림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존 테니얼은 밝고 명랑하지만 변신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괴기스럽게 느껴지는 앨리스와 동물원에 가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을 듯 실감나게 상상의 동물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들에선 상상의 여지가 많지 않지만 존 테니얼의 그림은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꿈은 대단하다. 누구나 꿀 수 있고, 내용도 꾸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루이스 캐럴의 상상력은 앨리스라는 소녀의 꿈속으로 들어가 펼쳐진다. 앨리스가 조끼를 입고 '바쁘다 바빠'를 외치고 다니는 토끼를 따라 내려간 세계는 정말 이상하다.

몸이 순식간에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가 하면, 기이하게 생긴 동물들이 나타나 말장난을 벌이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등장하는 동물들, 여왕이나 공작 부인 같은 인물도 보통 상식을 가진 어른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모든 것에 열광하며 앨리스와의 모험에 동참하고 싶어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원문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계속되는 등장 인물들의 말장난에 원문 표현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영어로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이 전혀 다른 단어들을 가지고 벌이는 말장난은 그저 단순한 장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숨어 있다. 하지만 원전에 가깝게 번역된 이 책에서도 옮긴이의 친절한 해석이 있음에도 이런 언어 유희를 즐기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앨리스와 함께 진짜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일상은 더이상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신나고 재미있는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다지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 대신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어 아이들을 행복한 모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작가에게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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