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항아리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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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는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생활에 꼭 필요했던 항아리도 그중 하나이지요.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장독대 근처에서 놀면 할머니한테 꾸중을 듣곤 했죠. 한두 해씩 먹을 고추장, 된장, 젓갈 등을 보관해놓은 항아리를 깨기라도 하는 날에 큰일이었거든요.

잘 고른 흙으로 만든 항아리 하나가 팔려갑니다. 알록달록 예쁜 항아리들에게 놀림을 받아 시무룩해진 항아리가 자기와 닮은 친구들을 발견합니다. 그 속엔 김치, 젓갈, 고추장이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 통은 해낼 수 없는 일을 바로 그 숨쉬는 항아리들이 해내는 거지요.

메주와 소금물이 담긴 작은 항아리도 드디어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항아리는 잘 익은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장과 된장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플라스틱통에 담긴 그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맛을 냅니다. 몇 줄 안 되는 이야기 속에 왜 숨쉬는 항아리가 좋은지 다 들어 있네요.

이 책을 읽은 우리 아이들은 한동안 된장 고추장을 먹을 때마다 숨쉬는 항아리가 만들어준 거냐고 묻곤 했답니다. 책 뒤편엔 항아리 만드는 과정과 항아리의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식초를 만들 때 사용하는 촛병이나 소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줏고리, 인뇨를 담아 밭으로 옮길 때 썼던 장군 등은 제게도 낯설더군요.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보지만 엄마도 많은 걸 배우게 된다니까요.

우리 아이들은 외할머니댁 장독대를 정말 좋아합니다.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마당 한켠에 모여앉은 항아리 가족은 아이들이 숨박꼭질할 때 가장 숨기 좋은 곳이니까요. 그리고 항아리 위에 밥상을 차려놓고 언제든지 할머니랑 엄마를 초대할 수도 있고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열 마디 하는 것보다 이런 책 한 권 읽어주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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