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이면 다들 방학을 하는 모양입니다. 두 달이나 되는 긴긴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엄마도 뿌듯하고, 아이도 보람 있을지 고민이 많을 거예요. 엄마의 보람을 아이의 보람으로 착각하진 마시구요. 학교에서 하는 방학 특강을 시켜서 매일같이 학교에 나가게 해야 할지, 자기네만의  비법을 전수시키겠노라며 유혹하는 학원의 방학 특강을 보내야 할지 계속 고민중이죠? 

그러면 우리의 정기 엄마는 어떻게 방학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정기 엄마의 생각은 방학 때마다 변함이 없습니다. 바로 "실컷 놀아야지. 학교 다니느라 고생했는데."랍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동네 다른 엄마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보를 찾느라 분주할 때도 정기 엄마는 의연하게 어떤 눈썰매장을 갈까 궁리합니다.

그래도 자기 생각과 다른  옆집 아줌마를 비난하거나 힐책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늘 웃는 얼굴로 한마디할 뿐입니다. "그거 하면 좋겠네. 얘들이 좋아하지. 시켜 봐."  

얘들이 좋아하는 걸 정기 엄마가 안 하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데리고 다니기 싫다는 거죠. 저희들이 알아서 찾아 다닐 때까지 정기 엄마는 기다릴 거랍니다. 아기 때부터 좋다는 프로그램 다 데리고 쫓아다니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엄마들이 생각하면 뭐 이런 발칙한 엄마가 다 있나 할 거예요. 요즘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좋다는 거 다 시켜도 부족할 판인데 어쩌려고...

요즘 엄마들 참 바쁩니다. 바로 아이들 때문이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셨나요? 정말 아이들을 위한 일인지 말입니다. 아이들은 엄마라는 거대한 괴물(거역한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 앞에서 NO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엄마의 눈치를 보며 학원에 가고, 학습지를 하고, 뭔가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정기 엄마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너무 빨리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조금 천천히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하고 싶다고 야단이 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때가 적기라는 거죠.  요즘은 여섯 살만 되어도 피아노를 시키잖아요. 정기 친구들이 체르니 100을 치니 30을 치니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지난 9월에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요 늦게 시작한 효과 바로 나타났습니다. 4개월 만에 바이엘 뗐다니까요. 일곱 살에 피아노 시작한 우리 딸 아직도 체르니 못 들어갔습니다. 흑흑흑.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진 않았나 생각해 보세요.

이번 방학 계획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 우선으로 세워 보세요. 그리고 한번쯤 아이들이 직접 방학 계획을 세우도록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직 저학년이라면 정기 엄마처럼 실컷 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군요. 신나게 놀다 보면 새 학기에 공부하고 싶은 에너지가 샘솟지 않을까요?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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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0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5-12-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기 어머님처럼 주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의 게으름으로 그런 걸(아이들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며 배우게 하는 것) 못하는 사람이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방학 때 실컷하게 하는 것.. 저학년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싶어 저도 고민중입니다. 피아노랑 태권도 두 곳에 다니는데 얼마간 빠지게 할까 말까.. 글 잘 읽고 갑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