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산복이 - 이문구 동시에 붙인 노래들1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굴렁쇠 아이들 노래 / 보림(음반)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1학년 딸아이는 외할머니댁 마당에 있는 장독대가 생각났는지 <장독대> 를 금방 따라 부르고

여섯 살 아들도 <개구쟁이 산복이>를 중얼중얼 하네요.

가사도 쉽고 멜로디도 쉬워 음치인 저도 몇 번만에 따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내 어릴 적 우리집 마당에는 할아버지께서 늘 앉아 계시던 자리가 있었지요.

버스가 다니던 신작로가 가장 잘 보이고, 동네 논밭이며 집들이 한눈에 보여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자리였답니다.

그러니 동네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눈에 훤히 들어왔을 거예요.

특히 동네에서 가장 넓었던 우리집 마당이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우리들은 모두 개구쟁이 산복이가 되어 땟국이 반질반질할 때까지 놀고,

까치 소리 까마귀 소리 귀가 아플 때까지 듣고,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줄줄이 새끼 낳는 것도 보고,

엿장수 아저씨가 나타나면 정말 금방 잔칫집이 되기도 했지요.

동생이랑 보리밭에서 깜부기 뽑다가 새까매진 얼굴 쳐다보며 서로 놀려대고

예쁜 꽃이 피는 화분 들여놓지 않아도 밭엔 무꽃, 배추꽃, 감자꽃 등 꽃천지였는데...

천천히 노래를 듣다 보니 눈앞이 흐려지네요.

어린 시절 그 마당에 할아버지 대신 내가 앉아 있고

나 대신 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문구 선생님의 노랫말은 까마득히 잊고 살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해줬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되는 학원에 다녀야 하고,

주말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순례를 해야 하는 요즘의 아이들에 비하면

노느라고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엄마 아빠는 고향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은 그리워할 고향초차 없습니다.

노래 들으면서 엄마 아빠 어릴 적 이야기라도 많이 들려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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