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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다니던 시골 학교에는 도서관이라는 게 없었답니다. 그러다 5학년이 되었는데 우리 반 교실 복도 한구석을 막아 책장 몇 개를 들여놓고 동화책이랑 그때 한참 유행하던 <어깨동무> 같은 잡지책들이 자리를 차지하더군요. 한번도 내 책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한번도 그렇게 많은 책을 본 적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모릅니다. 책을 읽고 싶어도 교과서 외에는 읽을 책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을 눈치챈 선생님은 그 작은 도서관의 열쇠를 제게 맡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권한을 주신 거지요. 거기서 저의 작은 꿈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로 제 가방 속에는 교과서 외에도 한두 권의 책이 꼭 들어 있었습니다. 학교를 오가며 그 작은 도서관의 책을 다 읽었지만 새로운 책은 그리 많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읽은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2년을 보냈습니다. 내 인생에서 최초로 행복을 느낀 시기가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후 저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지요.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읽어주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작은 도서관이 생각났습니다. 아직도 그 도서관은 그렇게 작을까 궁금합니다. 설마 그렇지 않겠지요? 요즘은 읽을거리도 넘쳐나고, 지역마다 훌륭한 도서관도 아주 많아 책 몇 권에 가슴 떨리는 아이들은 없을 거예요.
엄마가 책 욕심이 좀 있다 보니 아이들 책장이 해마다 늘어갑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아이들이 좋아한다 싶으면 바로 사 주곤 하거든요. 처음엔 이 책들을 누구에게 준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나중에 내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읽혀야지 하는 생각까지 했지요. 그러다 <도서관>을 읽은 후로는 생각이 변했답니다. 엄마의 꿈을 키워준 그 시골 학교 작은 도서관에 기증하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답니다. 이제 아이들은 책이 한권 한권 늘어갈 때마다 작은 도서관이 커진다며 기뻐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나눔도 가르쳐줄 수 있었네요. 많은 아이들이 <도서관>을 읽고 도서관이랑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책을 읽다 보면 왜 아이보다 엄마가 더 행복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