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정원 보림 창작 그림책
조선경 글 그림 / 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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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이들과 서점  나들이를 갔다가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이다. 처음 얼핏 표지만 보고 외국 작가의 그림책인 줄 알았다. 책을 들고 자세히 보니 <마고할미>의 그림을 그린 조선경 님이 직접 글까지 쓴 그림책이었다. 단숨에 읽고는  우리 책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주인공은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다.  작가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난 평범한,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지하철역 청소부 모스의 이야기다.

청소부 모스는 지하철역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터로 나와 터널 바닥과 벽을 깨끗이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땅 위로 통하는 환기구를 발견하고 그곳에 작은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저씨만의 지하 정원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젠 더이상 터널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지하철 역 안에만 들어오면 찡그렸던 사람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 작은 나무가 땅 위로 살짝 가지를 내밀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역 환기구에서 나무가 자란다고 한동안 북새통을 이루던 사람들도 모두 조용해졌지만 우리 모스 아저씨의 발걸음은 여전히 저벅저벅 .... 그리고 나무는 아저씨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하늘로 가지를 뻗어 나갔습니다.

나무를 알아보는 누군가 또 다른 나무를 심고 풀씨가 날아들고 도시 한복판에 어느새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풀 냄새 가득한 지하 정원이 있구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모스 아저씨는 오늘도 사다리와 청소 도구를 들고 지하 정원으로 갑니다.

소리 없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모스 아저씨와  많은 도시인들의 쉼터가 된 작은 나무 한 그루의 인생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작은 나무처럼, 모스 아저씨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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