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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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내가 제주 며느리가 된 지 어느새 16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제주를 몇 번이나 오갔을까? 30번 정도? 그렇다면 제법 제주를 알 것 같지만 일반 관광객 수준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시댁으로 제주를 대했고 적극적으로 알려고 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들리는 것만 듣고 데리고 다니며 보여주는 것만 보아 왔다. 시댁에만 가면 왜 그렇게 마음이 작아지는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제주편을 보면서 시댁이 아닌 그냥 제주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그동안 드나들며 보고 들은 게 있어서 책에 등장하는 지명이라든가 제주말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제주를 무한히 사랑하고 육지것(제주 사람들은 육지에서 온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4.3 사건의 영향도 있다는 걸 알았다. )에게 제주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 시댁 식구들 덕분에 오름이나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유적지도 많이 다녀와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제주 사람들의 정서와 언어에 대한 부분이었다. 결혼을 하고 처음 몇 년은 내가 살아온 문화와 다른 게 많아서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보냈다. 그후 몇 년은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에서는 그냥 그러는가 보다 하면서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제주는 내 고향과는 참 다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자기도 제주랑 처가가 달라서 힘들었단다. 그래도 며느리인 나만큼이야 힘들었을까나??

 

나처럼 제주를 이질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주 사람들은 육지에서 며느리 들이는 것을 꺼린다는 것도 결혼한 후에야 알았다. 우리 시댁 집안에서 난 유일한 육지 출신 며느리다. 결혼 16년차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주에 가면 막막한 벽 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같은 제주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제주 사람들과 완전 소통이 되지 않는 가장 큰 벽이었구나 싶었다.

 

지금이야 듣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분위기로 이해하는 부분들이 생겼지만 처음엔 친척 할머니들께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내내 귀를 귀울여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남편도 평소에는 전혀 제주말을 안 쓰다가 제주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할라치면 제주말만 써서 딴사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니 옛날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육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는 유홍준 교수의 말씀이 수긍이 간다.  

 

제주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생겨난 수많은 신들이 있다. 이들은 삶 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특히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불쑥불쑥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 어머님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어딘가에 가서 지성을 드렸는데 제주에만 있는 민속 신앙에서 우러나왔구나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알아주는 신들이 많다 보니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 시대에도 제주에서 힘을 떨치지 못해 남아 있는 불교 유적이 거의 없다고 하니 놀랍다. 그리고 지금도 제주에선 기독교 같은 종교가 대세를 떨치지 못한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은 낯선 게 많다 보니 제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약간 지루할 듯싶다. 난 내가 알고 있는 제주와 유홍준 교수가 들려주는 제주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읽는 재미가 컸고, 제주 사람인 남편을 이해하는 데도 나름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불만이 좀 있는 듯하다. 제주에 대해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나 어떻다나... 서방님, 그래도 난 앞으로 설날에 제주 갈 일이 기다려진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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