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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디언이다 - 미국 남서부 인디언 유적 탐방
강영길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2년 전 다녀온 한 달간의 미국 여행이다. 당시 우리 가족의 여행 컨셉은 서부에 있는 국립공원 탐방이었다. 남편은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이야기했다. 우리는 정말 행운 가족이라고. 미국 사람들도 평생 가볼까 말까 한 미국의 국립공원을 아홉 군데나 다녔다면서. 당시에는 장시간 이동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불평만 했는데 돌아오고 나니 참 좋은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국립공원이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도시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이 라스베가스에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그랜드 캐년 정도다. 그래서 미국의 국립공원 여행은 오지 여행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그 오지를 여행하면서 씁쓸한 순간을 만나곤 했는데 아메리카 원주민, 즉 인디언 유적을 만날 때였다.
아메리카의 주인이었다가 주인이라는 말 한마디 못한 채 무력 앞에 삶의 터전과 종족의 뿌리까지 강탈당한 사람들, 그들의 슬픈 역사가 미국 국립공원과 그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인디언 관련 유적지가 나오면 꼭 들르곤 했는데(자유 여행의 장점~ ) 오랫동안 아메리카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한낱 관광 상품이 되어 미국 정부의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어 안타깝기도,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참 반가웠다. 내가 다녀온 곳도 나오고, 인디언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여행의 진수를 대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찾으라고 권한다. 이 책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유적을 찾아다니며 느낀 감회를 솔직하게 쓰고 있다. 미 서부의 수많은 평원, 협곡, 계곡 등에 남은 암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미국 국립공원 여행팁도 많아 여행을 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다는 것.
책을 읽다 보면 미국의 인디언(이 책에서 인디언이라고 표현함) 말살 역사는 물론 인디언들의 자연 친화적인 삶의 자세와 지혜를 배울 수가 있다. 또 학살과 강탈로 시작된 미국의 역사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의 것 빼앗으면서도 하나님이 자신들을 위해 내려주신 축복의 땅이라고 했다니...
적게 가져야 평화롭고 행복해진다는 인디언들의 삶 앞에 물질과 욕망과 경쟁과 시간에 쫓겨 사는 현재 우리들의 삶이 부끄러워진다. 그랜드 캐년, 모뉴먼트 밸리, 캐니언랜즈, 뉴스페이퍼록, 캐피톨 리프, 모아브, 아치스국립공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0610/pimg_760753173671848.jpg)
8천 년의 다양한 역사가 담긴 뉴스페이퍼록. 300여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