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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들꽃 피는 학교에서 놀자 - 안순억 교사와 남한산학교 이야기 ㅣ 희망을 여는 사람들 7
강벼리. 조선혜 지음. 희망제작소 기획 / 푸른나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8년 동안 남한산 초등학교에 있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낸 안순억 선생님에 관한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읽는 내내 정말 감동스러웠다. 안순억 선생님의 험난했던 성장기,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 교육열을 읽으며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세상에 이런 선생님도 계셨구나, 내 아이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6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시골 학교였지만 10년 만에 많은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로 변신했다. 나도 언론을 통해 남한산 초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속으로 우리 아이들도 저런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사갈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맹모가 되는 부모가 많았는지 지금은 더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의 남한산 초등학교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학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성남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 '남한산성 역사 이야기'라는 주제로 캠프를 하면서 남한산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가 학부모들에게 알려졌고, 첫 교장으로 부임한 정연탁 교장샘의 애정으로 인해 학교 살리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 잡은 교육 방향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작고 친밀한 학교를 만들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교조에서 일한 안순억 선생님을 모셔왔다. 안순억 선생님은 아이들과 교사가 학교의 중심이 되고 존중받는 교육 문화를 만들기 위해 몸과 행동으로 실천해 오신 분인데, 남한산 초등학교를 그동안 꿈꿔왔던 학교로 만들려고 애썼다. 일반 초등학교랑 똑같은 교육 과정 안에서 종일제 체험 학습, 계절학교, 숲속학교, 양질의 특기 적성 교육 등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로 변신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언론의 집중을 받으며 공교육의 희망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남한산 초등학교는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 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지금 안순억 선생님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김상곤 교육감과 함께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공교육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도시의 학부모들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고, 다들 먹고사는 문제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정말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좋은 학교로 전학시키려고 애쓰는 것의 10분의 1만큼씩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면 좋겠어요.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한다면 좋은 학교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그런 물줄기들이 모여 교육의 변화도 한층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존립 기반이나 존재 가치가 나만 잘 살겠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 본문 174~175쪽 안순억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
얼마 전 6학년 딸아이의 교실에 공부 기계가 되자는 문구를 붙여놓았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써놓자고 한 것도 아닌데 딸아이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한참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공부 기계가 되라니 얼마나 끔찍한가? 이게 다 학교간의 경쟁, 아이들간의 경쟁 때문에 생긴 말이니 학교도 변하고 교육도 변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보통의 학부모도 원할 정도라면 이젠 정말 학교가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세상도 변하고 학부모들의 의식도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공교육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학교가 생겨나고 교육 여건이 좋은 나라로 유학을 보내고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대안 교육이 공교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남한산 초등학교 이야기...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생각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