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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난 우리 아들이 혹시 adhd가 아닐까 의심하곤 했다. 책읽기와 레고, 로봇을 조립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줄을 모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벌려놓고, 따발총처럼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하기 싫은 일은 끝까지 안 하려 들고, 억지로 뭔가를 시키면 바로 엄마에게 대들고, 주변 정리가 안 되는 아들. 그렇다 보니 나의 잔소리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아들 또한 반항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요즘 들어 내가 아들을 좀더 다그치는 이유는 공부에 있다. 집을 나서면 바다와 산만 보이는 시골에 살다가 이사 와서 온통 학원 간판이 눈을 자극하는 동네에 몇 달 살아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앞서 아이를 키운 친구들에게 걱정을 늘어놓으면 좀더 놀려도 된다는 쪽과 아니 아직까지?.... 라는 쪽으로 나뉘곤 했다. 좀더 놀려도 된다는 쪽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지만 "아니 아직까지..."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고, 결국 아들 녀석을 닥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울 아들은 이제 4학년이나 되었지만 한 자리에 진득하니 앉아서 공부할 줄을 모른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안 잡아준 나의 잘못을 탓해 보기도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어렸을 때는 노는 게 남는 거지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와 보니 엄마인 나에게 걱정과 불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고 책을 읽는 건 좋아하나, 공부하자고 하면 도망가기 바쁘고, 간신히 책상 앞에 앉혀놓아도 10분을 못 앉아 있고, 수학 문제 하나하나 풀 때마다 엄마가 옆에 붙어 앉아 공감을 해줘야 하니 엄마로서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이런저런 아들의 행동에 대해서, 혹은 나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행복한 엄마 다른 별 아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가 얼마나 나쁜 엄마인지 깨달았다. 은연중에 괜찮은 엄마라고 자뻑하며 살아온 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우리 아들은 별이처럼 자폐도 아니고 좀 덜 고분고분할 뿐인데 그것마저 힘들다고 아이에게 시시때때로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포장으로 언어 폭력을 써댄 게 너무나 부끄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숨을 고르고 아들을 바라보곤 했다. 우리 아들은 별이처럼 다른 별에서 온 아이도 아니고 adhd도 아닌데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를 안 한다고, 행동이 굼뜨다고, 말대꾸 좀 했다고 별에서 온 아이 취급을 한 건 아닌가 싶었다.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잔소리를 해대니 아이는 더 반항을 하면서 엄마 마음에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을... "아들아, 미안하구나!"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꾸 눈물을 훔치는 바람에 옆사람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별이를 키우다가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 속상해하기도 하고, 소수이긴 하지만 별이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안도하기도 했던 별이엄마. 자폐 아들을 키우지만 아이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별이엄마. 이 책은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지만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이 읽으면서 부모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마음은 장애아를 키우든 정상아를 키우든 똑같기 때문이다.
별이야, 그리고 별이엄마,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