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 -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역사 사회와 친해지는 책
날개달린연필 지음, 곽성화 그림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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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덕분에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 문화 유산에 대한 것도 그랬다. 4학년 때는 우리나라의 세계 자연 유산이, 5학년 때는 세계 기록 유산이 사회 교과서에 나와서 관심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찾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시대랑 연결해서 항목이나 외우는 걸로 공부를 마쳤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남겨주신 문화 유산이나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세계 기록 유산에 관한 책을 몇 가지 읽기는 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 없다 보니 이 책 저 책 뒤적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다. 특히 작년에 지정된 <동의보감>까지 포함한 책은 아직 없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 이 책은 제13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기획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나는 이 기획 부문의 책을 좋아한다.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으면서도 교과 과정에 꼭 필요한 지식 정보들로 채워 지루함 없이 읽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리 소설 형식과 특별 신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인공 명탐정과 나지혜는 노교수를 도와 기록 유산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사라진 특별 신문의 기사를 채워가면서 우리나라 기록 유산의 우수함과 가치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책의 핵심은 특별 신문에 있다. 특별 신문에서 세계 기록 유산에 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 부분은 빼고 특별 신문만 읽어도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추리 부분을 더 좋아할지도. 

그렇다면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우리나라의 기록 유산은 몇 개나 될까? 자그마치 7개나 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여섯번째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하니 듣기만 해도 뿌듯하다. 그 중 세계에서 자장 오래된 금속 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은 지금 프랑스에 있다. 신경숙의 <리진>을 읽으며 알게 된 외교관 콜랭이 프랑스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된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린 사람은 유학중에 도서관 연구원으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 프랑스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의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더 소설 같다.  

<팔만대장경>은 글자가 8만자가 아니라 322글자가 양면으로 새겨진 경판의 숫자가 8만 개가 넘어서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대장경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단다. 돈과 기술, 인력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했기 때문에 대장경을 만들 수 없었던 일본은 <팔만대장경>을 달라며 협박하고 애원하다가 단식 투쟁을 벌인 일본 사신까지 있었다고 한다. 대장경도 못 만들어서 굽신대던 일본인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된 것 같아 불편하기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조선 왕실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두 기록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선왕조실록>은 사관이 전 왕조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새 왕조의 정통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요약하여 정리한 기록이지만, <승정원 일기>는 왕을 따라다니며 왕의 기분이나 사소한 일까지 생생하게 기록했다. 특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록한 자세한 날씨는 기후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 

이젠 창제 과정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가 '훈민정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록된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만든 문자 '훈민정음'을 설명한 책이다. 일제 시대 일본인들에게 넘어간 <훈민정음>을 그들이 요구하는 값보다 열 배나 더 주고 찾아온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이야기엔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훈민정음>의 가치를 알아보고 제값을 쳐준 거라니...  

복잡하고 까다로운 왕실의 행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과 기록으로 남겨놓아서 후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조선왕실의궤>는 수원 화성 때문에 더 널리 알려진 것 같다. 1978년에 복원되었으면서도 수원 화성이 세계 문화 유산에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왕실의궤>중 <화성성역의궤>의 공사 기록에 따라 그대로 복원해낸 덕분이라고 한다. 새삼 기록하는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작년 여름 <동의보감>이 세계 기록 유산에 등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동의보감>은 선조의 명에 따라 허준이 집필한 동양 최대의 의학 백과 전서. 동방 의술의 보물이라는 뜻을 가진 <동의보감>이라는 책의 이름은 광해군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세계 속에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기록 유산을 남겨주신 조상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세계 어디에 나가서도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4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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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며칠전에 주문해서 받았어요. 아직 못 봤지만요.^^

소나무집 2010-01-20 08:07   좋아요 0 | URL
우리 것을 재미있게 알게 해주니 좋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