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골의 겨울 초록학급문고 2
유소림 지음, 오건업 그림 / 재미마주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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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눈이 엄청나게 왔다. 나는 그 눈소식을 제주 시댁에 갔다가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뉴스로만 들었다. 그 눈 덕분에 나도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발이 묶여 예정보다 이틀이나 더 시댁에 있다가 와야 했다.  

참 오랜만에 내린 눈이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게 백 년도 더 전이라며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 기억 속의 겨울은 눈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겨울 내내 눈을 뜨면 마당에 눈을 쓰는 게 아이들의 일이었고, 방학 동안 하는 놀이는 대부분 눈이랑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   

눈이 내리지 않은 제주에서는 잘 몰랐다가 원주 공항에 내리는 순간 엄청나게 쌓인 눈에 놀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겨울'이라는 단어 때문에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 <감나무골의 겨울>이었는데,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잔잔한 겨울 풍경 이야기가 이어졌다. 책을 읽는 내내 화로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 먹던 옛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이 따듯해졌다. 

깊은 산골에서 다롱이라는 강아지 한 마리와 혼자 사는 할머니가 겨울을 보내는 이야기다. 할머니를 찾아오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우편배달부 아저씨마저 눈 때문에 올 수 없는 겨울이 계속 된다. 긴긴 겨울 홀로 얼마나 외로울까 싶지만 이야기 속의 할머니는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먹이가 많은 할머니네 집 근처로 오목눈이, 큰부리까마귀, 노랑텃멧새, 박새, 멧종다리 같은 새들도 찾아오고, 청솔모나 너구리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다양한 이름의 새들이 많이 등장해서 아이들과 함께 조류도감을 찾아보기도 했다.

더구나 주인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찾아와 다롱이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시 딸네 아파트에서 살다 할머니네 집으로 오게 된 다롱이는 갑자기 찾아든 강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으르렁대고 심술맞게 군다. 아파트에서나 할머니 집에서나 늘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살던 다롱이는 새로 생긴 친구의 존재를 인정하기 싫었던 건 아닐까 싶다.  

할머니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개들을 보면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울려 사는 속에서 양보나 배려 같은 것들도 배우고, 정도 나누다 보면 더 따듯한 세상이 만들어질 것 같다. 

아파트에서 살며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는 아이들과 함께 읽다 보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난 우리 딸은 외할머니댁 이야기 같아서 좋다고 했다. 나도 긴긴 겨울을 보내는 부모님께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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