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이 같은 상상력 천재들이 환영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상상력 천재 기찬이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3
김은의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푸른책들에서 주는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노는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아이 기찬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이다. 바로바로 우리 아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우리 아들의 반응은 기찬이가 너무 유치하댄다. 하하하, 제 수준을 모르는군 싶어서 웃음이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잠만보가 되고 친구보다 더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서 제트기가 될 수 있는 기찬이. 상상력이 풍부한 기찬이를 따라 함께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가족들의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기찬이의 거꾸로 하는 말놀이는 우리 아들이 금방 배워서 나한테 써 먹었다. 내가 책을 읽기 전이어서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고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되묻기만 했다.  

서예전에 가기 싫어서 친구를 초대하는 이벤트를 만들고,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걸 가지고 마틸다처럼 초능력이 생긴 줄 알고 계속 물건 쓰러뜨리기 실험에 열중하는 모습이 아이스럽고 귀엽다. 기찬이는 옆에 있으면 우리 아들하고 완전 짝꿍이 될 것 같은 아이다.

엄마한테 혼날 때마다 이불을 둘둘 말고 애벌레가 되고, 어쩌다 발견한 자석 하나 때문에 온 집안을 낚시터로 만들어놓고 마는 우리 아들과 기찬이는 참 많이도 닮았다. 쇠붙이가 들어간 물고기 세트를 만들고 낚시대를 만드느라 온 집안을 벌집처럼 만들어버리는 우리 아들. 이런 땐 나도 같이 애벌레가 되어 응수를 해주거나 낚시군이 되는 게 정답인데 요즘은 체력이 달려서 혼내지도 못하고 웃기만 하니 원... 

공부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이런 동화까지 나온 것 같다. 놀고 싶은 아이들의 비명처럼 들린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기찬이처럼 기똥찬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 환영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글쎄, 여기까지는 나도 자신이 없다.  

7세, 초등 1, 2학년 정도에게 딱 알맞은 동화다. 그 이상은 우리 아들처럼 유치하다고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