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날 수 없어 맹앤앵 그림책 7
캐서린 쉴리 지음, 레베카 엘리엇 그림, 임숙앵 옮김 / 맹앤앵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 속에는 성향이 완전히 다른 펭귄 쿠엔틴과 빌리가 나온다. 이 두 친구를 보면서 바로 우리 딸과 아들이 떠올랐다. 딸과 아들이 아주 다른 성향이기 때문이다. 딸은 쿠엔틴처럼 모범생 기질이 다분해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은 빌리처럼 거칠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한마디로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아이다. 

아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건 내 아이들은 당연히 모범생이 될 거라는 전제를 하며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얌전했던 유아기를 지나자마자 변신하는 아들이 부모 공부가 덜 된 엄마의 눈에 문제 투성이로 보였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도, 고집이 센 것도, 대꾸를 잘 하는 것도, 본인 하고 싶은 걸 우선 하는 것도... "쟤는 도대체 왜 저런 거야?"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놓고 일 년 동안은 엄마인 내 방식대로 만들어 보려고 애도 많이 쓰고 갈등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아들과의 관계만 나빠졌다. 결국 내가 낳았지만 아들과 딸이 다르고, 엄마인 내 성향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게 당연한 진리인데, 난 미련스럽게도 온갖 진통을 겪은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생각을 바꾸고 나니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부정적으로만 보였던 아들의 똑같은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늘 지청구의 대상이었던 손으로 뭔가를 꼼지락꼼지락 만지는 버릇도 손재주가 있으려나 보네, 하는 쪽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딸과 아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정작 나를 엄마로서 더 시각이 넓어지게 만든 건 아들이었다. 나와 다른 성향의 아들을 키우면서 손바닥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세상에는 모범생이 아니어도 더 다양한 생각과 재주를 가지고 멋지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아들이 엄마에게 한수 가르친 셈이다. 

얌전하지 못하다고 선생님께 혼나고 집을 나가버린 빌리와 갈매기한테 깃털도 부리도 있으면서 날지 못한다고 비웃음거리가 된 쿠엔틴. 하지만 빌리와 쿠엔틴은 갈매기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바다 속에서는 새보다 더 멋지게 날 수 있다는 사실. 빌리는 수영을 잘하지만 쿠엔틴은 수영은 못해도 바닷속에 있는 신기한 생물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것. 

이렇게 서로 다른 걸 인정해줄 때 더 멋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뭐든지 내 아이가 옆집 아이와 똑같이 잘하길 바라는 엄마와 4세 이상 유아와 초등 저학년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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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15 09:40   좋아요 0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