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
이유미 지음 / 현암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친정집 마당가에는 아주 많은 나무들이 있었다. 그 중에 어렸을 때부터 늘 전나무라고 알고 지냈던 나무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친정 부모님도 모두 그 나무를 전나무로 알고 계셨다. 그런데 그 나무가 전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라는 사실을 알려준 건 남편이었다. 친정부모님과 함께 전나무라고 박박 우기다가 두 나무의 사진을 보여주며 비교해주는 남편 덕에 결국 꼬리를 내렸던 기억이 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마당가에 그 측백나무를 친정부모님도 나도 평생 전나무로 알고 지낼 뻔했다. 

이렇듯 우리는 늘 보는 나무도 이름을 비롯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 수도 있지만 기왕 주변에 있는 나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살아간다면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나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니 길가에서 만나는 나무, 아파트 정원에 심어 있는 나무 한 그루도 모두 소중하게 보인다. 예전엔 그저 나무로만 보였던 그네들이 벚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쥐똥나무, 서어나무...  이렇듯 이름을 가진 나무들로 보이니 나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하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 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건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남편이 보다가 펼쳐놓은 책에 눈이 가서 읽기 시작했는데 나무나 식물에 완전히 문외한이었고, 별 관심도 없었던 나에겐 어렵기만 했다. 태교삼아 읽자 싶어 끝까지 읽긴 했으나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던 걸 보면 그냥 의무감으로 글자나 읽으며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그리고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면서 같은 책을 새로이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 더이상 이 책은 예전에 그 지루했던 책이 아니었다. 나무 이야기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관심을 가지게 되니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니 재미있어진 게 확실했다. 책이 나온 지 14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요즘 나오는 식물에 관한 책과 비교해도 으뜸이 된다 싶을 정도로 훌륭한 내용이었다.  

같이 공부했던 분에게 이 책을 선물하려고 찾아보니 개정판이 나와 있었다. 10년 새에 책값이 많이 올랐구나 하면서 주문을 했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는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예전 책에서 많이 부족하다 싶었던 사진이 나무별로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종이도 찢어지지 않는 고급 화이트지로 바뀌어 있었다. 또 사진이 많이 추가되다 보니 책이 두꺼워지는 걸 막기 위해 2단 편집을 했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책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비교해 보니 내용은 같았다.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 백 가지를 네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양새가 아름다워 가꾸고 싶은 나무,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 산과 들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 쓰임새가 요긴한 나무, 우리나라를 대표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 나무 이름에 얽힌 이야기라든가, 약재 등 쓰임에 관한 이야기, 모양과 키우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비슷한 나무를 구분하는 이야기, 토종 우리 나무인데도 일본이나 미국에 이름을 빼앗겨버린 가슴 아픈 이야기(우리가 늘 보는 소나무조차 영문 표기로는 Japanese Red Pine라고 한다)까지 어찌나 내용이 풍부하고 구수한지 인터넷 검색 따위로는 찾아낼 수 없는 정보가 가득하다.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 아파트 정원이나 길가에서 만나는 나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정말 고맙고 유익한 책이라 이 땅에서 나무를 대하며 사는 모든 이에게 한 권쯤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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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2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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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1 0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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