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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찌그러졌어요 ㅣ 맹앤앵 그림책 2
쇼바 비스와나스 지음, 노경실 옮김, 크리스티네 카스틀 그림 / 맹앤앵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얘나 어른이나 더 크고 멋지고 화려한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작은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잊고 살지 않나 싶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특별한 생각을 품지 않게 되는 것들이 아주 많다. 어느 날 그런 존재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런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날마다 그 자리에 있어서 익숙해진 것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한동안 불편해하다가 다시 익숙해질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그것들이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환경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화사한 그림으로 가득찬 이 책은 유아들에게 환경은 물론 작은 것의 소중함, 즉 말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아무도 신경 안 쓰던 모양들이 사라지면서 겪는 소동을 통해 작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세상에 있던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사라지면서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가던 것들도 모두 모양을 잃어간다. 모양들이 빠져나간 지구가 울퉁불퉁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되자 달걀도 찌그러지고 오렌지도 쭈글쭈글, 꼿꼿하던 막대기도 모두 휘어지고, 사과나무도 번개를 맞은 것처럼 삐쭉삐죽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변해가고 말았다.
하지만 너무너무 작아서 구부러지거나 삐뚤어질 수도 없는 작은 점들은 변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변해버린 세상을 지켜보던 작은 점들은 하나씩 둘씩 꼭 달라붙어서 길게 이어진 선을 만들고, 동그라미랑 세모랑 네모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뒤틀렸던 연도 쭈글쭈글해졌던 오렌지도 다시 모양을 되찾았고, 지구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휴, 작은 점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듯 세상을 바꾸는 힘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작은 내가 세상을 바꾸고 지켜나가는 든든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소중한 지구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