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원 소요 -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이동협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천리포 수목원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해안가에 있다. 친정 근처여서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있던 참인데 요즘 숲해설을 공부하다 보니 부쩍 더 가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이 신간 안내에 떴길래 수목원에 가기 전에 읽고 싶어서 샀다. 책을 보고 가면 수목원의 모습을 더 잘 보고 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천리포 수목원은 칼 밀러라는 귀화한 미국 사람이 만든 수목원으로 40년이 되었다. 국립 광릉수목원이 1987년에 생겼으니까 천리포 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인 셈이다. 원래는 천리포 해안가에 별장을 짓고 정원을 꾸미기 시작한 듯한데 나중에 주변의 땅을 더 많이 사들이면서 수목원으로 가꾸기 시작한 것 같다.
얼마 전 직접 찾아가 보니 수목원이라기보다 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정원을 보는 느낌이 더 들었다. 마치 담양의 소쇄원 같은. 수목원을 거닐다 보니 나도 정원이 있는 집에서 느릿느릿 살고 싶은 욕심도 생겨났다.
이 책은 천리포 수목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가 6년 동안 무려 101번이나 찾아가서 찍은 사진들은 수목원에 가보지 않았어도 가본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대충 따져봐도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갔다는 얘긴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이 책의 저자는 천리포 수목원에 중독된 사람인 듯하다.
글 속에도 천리포 수목원의 나무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래서 밀러 씨를 예전부터 아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가 천리포 수목원에 처음 찾아갔을 땐 이미 밀러 씨는 돌아가신 후였다고 한다. 수목원에 가서 한두 번 머물다 보니 나무와 풀꽂들까지 사랑하게 된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내 기대를 많이 벗어났다. 글에서 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너무 감상에 치우치게 글을 써서 블러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책으로 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인 혼자 신이 나서 쓴 글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사진은 훌륭하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