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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뚝 떨어진 할아버지
야엘 하산 지음, 조현실 옮김, 마르셀리노 트루옹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2차 세계 대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할아버지와 손녀 레아의 이야기가 감동스럽다.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수용소에 끌려가 아내와 딸을 잃는 고통을 겪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가슴속에서 그 고통을 지워낼 수 없었던 할아버지가 외손녀 레아를 만나 과거의 기억을 들려주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아픈 전쟁의 이야기인데 열두 살 소녀의 입을 통해 들려주다 보니 무거운 이야기가 하나도 무겁지 않게 읽힌다. 같은 맥락의 <안네의 일기>가 생각난다.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은신처에 숨어 일기로 쓴 <안네의 일기>와 달리 이 책은 수용소에 끌려가고 그곳에서 아내와 딸을 잃은 할아버지가 직접 전쟁의 아픔을 들려준다.
레아는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가 10년 만에 나타나서 기대를 잔뜩 하게 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마음의 문을 꾹 닫은 채 지낸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 " 이런 식으로 늘 대립만 하다가 레아의 투정과 관심 속에 할아버지가 마음의 문을 연다. 산책을 하면서 살그머니 손을 잡고 친해져가는 모습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레아는 어른들도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과거를 꼬치꼬치 묻고 대답을 듣는 과정에서 잘못된 유대인 학살과 전쟁의 아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평생 아픔만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날 뻔했던 할아버지가 과거를 풀어놓고 치유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아가 유대인 계통이라서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좀 충격이었다. 요즘도 유럽에선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그 원인 제공을 유대인이 먼저 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레아처럼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 문제다.
이야기 자체는 참 따뜻하다. 오늘 이 책으로 5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유대인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품고 있는 유대인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다간 수업이 제대로 안 될 것 같아 오전 내내 고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