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는 속상해 - 제8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3-2(가)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9
한상순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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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동시 <도깨비뿔을 단 감자>를 읽다가 그만 큭 웃어버렸다. 해마다 우리집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초여름 무렵이면 친정에서 감자를 몇 박스씩 보내주는데 먹다 먹다 남을 정도로 많다. 그러면 늘 반 박스쯤은 남겨둔 채 잊곤 한다. 내가 그 감자 박스에 다시 눈길을 주게 되는 건 감자 싹이 박스 밖으로 길게 내밀 즈음이다. 

이렇게 구석에 처박아놓을 테면/시골 할머니 댁에 다시 보내 줘!/푸른 뿔을 번득이며/소리소리쳤을 거야  - <도깨비뿔을 단 감자> 중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며칠 전에 받아놓은 감자 박스를 열어보았다. 제일 크고 실한 것들로 골라 보내신 친정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해진다. 감자가 도깨비뿔을 달고 할머니댁으로 보내 달라고 아우성치기 전에 얼른 먹어야겠다. 

<친구 구함>이라는 동시에서는 요즘 바빠서 놀이터에 나가 놀 시간도 없는 아이들의 비애가 느껴진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멋지게 놀이터를 만들어놓았건만 놀러오는 친구가 없어서 놀이터가 친구를 구하기에 나섰으니... 

가방을 바꿔 들고/이리저리 바쁜 아이들아/엄마한테 꾸중 듣고/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정말정말 학원 가기 싫을 때/언제든 오렴 - <친구 구함> 중에서    

나도 가끔은 어른들 앞에서 남편을 '지우아빠'라고 부르곤 한다. 결혼 12년차건만 '여보'라는 단어가 익숙치 않아서 부르곤 하는 호칭이다. 어른들 앞에서 '자기야'라고 부를 수도 없고 '지우아빠'가 참 편하다. 그런데 딸내미가 동생 이름을 갖다 붙였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이젠 아들 딸 이름 번갈아가며 불러줘야겠다.

외할머니는/딸 중 우리 엄마가/ 제일 좋은가 보다/막내딸/우리 엄마/황연숙 - <연숙이 아부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동시는 <뻥튀기는 속상해>다. 저희들이 평소에 많이 쓰는 말이 고스란히 시어가 된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특히 우리 아들은 이 시를 보며 동시를 쓰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단다.

선생님, 그거 뻥 아니죠?/민수 걔 뻥쟁이야/너, 그 말 뻥이지?/야! 뻥치지 마 - <뻥튀기는 속상해> 중에서

동시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아름다운 그림이 한 장씩 그려진다. 동시 덕분에 한 주 동안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은 씻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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