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행 열차 미래아이문고 8
홍종의 지음, 이우창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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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애의 학교 생활이 바로 우리 아이의 생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생각이 잘 표현되어 있는 동화였다. 다애는 공부도 잘 하고, 학급 회장을 맡을 정도로 똑똑한 아이다. 친구들은 당연히 다애가 잘 사는 집 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아빠는 집을 나갔고, 식당일을 하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다.  

다애는 가난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아이들에겐 공부보다 친구를 사귀는 게 더 중요한데 친구를 사귀는 일이 쉽지가 않다. 돈이 없으면 친구도 사귈 수 없다. 있는 집 아이들은 있는 집 아이들끼리, 없는 집 아이들은 또 없는 집 아이들끼리 친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지금 세상이 정말 너무 슬프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어른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개교기념일에 부모님 몰래 놀이 공원에 가기로 하면서 다애의 고민은 시작된다. 사는 형편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었으니 다애만 돈걱정을 할 뿐이다. 돈이 없다고 하면 왕따를 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애는 동생 가방을 사려고 모으는 저금통을 깨서 친구들과 함께 놀이 공원에 간다.  

나는 아직까지 아이들에게 큰 용돈을 주어본 적이 없는지라 놀이 공원에 가기 위해 5만원씩 가져 오라는 말에 내심 놀라기도 했다. 돈 걱정 없는 집 아이들이라고는 하지만 5만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내게도 5만원은 큰돈이구만. 


서울대공원에 가는 오이도행 지하철에서 천원짜리 부채를 파는 아빠를 만나지만 다애는 아는 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애는 놀이 공원에서도 내내 슬프다. 몰래 놀이 공원에 간 사실이 알려지는 걸 계기로 엄마와 다애는 한바탕 울며 불며 속을 털어놓는다. 오히려 힘든 엄마를 위로까지 할 줄 아는 다애의 모습에 몇 번이나 눈시울이 젖었다.   


결국 다애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밝히고 떳떳해지기로 한다. 다애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대목이다. 친구란 서로 비슷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친구들 앞에서 이런 고백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이 생각하는 비슷해야 한다는 것들이 집안 형편이나 아파트 평수 같은 외적인 것이라는 데 참 씁쓸하다.

다애의 생활고 때문에 울적하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다애 덕분에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은 동화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게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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