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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선물 ㅣ 두레아이들 교양서 4
마리 루이스 피츠패트릭 글 그림, 황의방 옮김, 게리 화이트디어 감수 / 두레아이들 / 2004년 4월
구판절판
미국을 여행한 후 자꾸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고, 책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나도 미국인들이 부르는 대로 아무 의심 없이 그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렀고, 그들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품어본 적도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제목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촉토족의 아름다운 선물> 정도로.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그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기념품 가게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만들었거나 그들의 문화가 담긴 기념품이 즐비했다. 자연과 호흡하며 살던 원주민들의 땅과 문화와 삶과 평화를 몽땅 빼앗은 미국이 그 원주민들의 문화를 장삿속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이 책은 아메리카 원주민 중 촉토족에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촉토족은 1786년 미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주권을 인정받아 살았지만 1830년대 원래 살고 있던 미 동남부 지역에서 강제로 쫓겨난 부족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가 정해준 서부 오클라호마(촉토족 말로 붉은 사람들이라는 뜻)로 '머나 먼 행군'을 하는 동안 종족의 반이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갔고, 새로운 땅에서도 그들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돌보아야 할 사람은 오직 그들 부족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보호해주겠다며 떠나라고 했던 미국 정부는 약속한 식량과 담요도 주지 않았고, 1907년엔 오클라호마마저 그들의 주로 만들어버렸다.
1847년은 영국의 통치를 받던 아일랜드가 감자 농사를 망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다른 나라로 이주한 해라고 한다. 아메리카에 살던 가난한 촉토족이 아일랜드의 그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170달러(오늘날 5,000달러 정도)를 모아서 보낸 준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촉토족은 자신의 고향을 빼앗은 사람들과 같은 종족인 아일랜드인을 어떤 심정으로 도와준 것일까?
촉토족은 자신들이 머나 먼 행군을 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 겨울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렸던 사실을 떠올리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일랜드인을 돕기로 한다. 아일랜드인을 원수의 가족이 아닌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로 본 것이다. 문득 화가 난다. 다 빼앗기고도 나누어주다니...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람들.
어렵고 힘든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촉토족의 지혜가 빛나는 책이었다. 특히 증조할머니가 '한 살밖에 안된 추나의 형이 그 겨울 길가에서 죽은 이야기'를 들려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계속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왜 자꾸만 중요한 걸 외면하는 이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오클라호마 동부에는 15,000명의 촉토족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혹여 내가 다시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온다면 꼭 찾아가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