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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아자드! ㅣ 미래그림책 96
에리카 팔 글.그림, 해밀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4월
절판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중동의 아라비아 만 근처에서는 낙타 경주를 스포츠로 즐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그리고 사막에서 벌어지는 낙타 경주가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지만 낙타 경주에는 어린 아이들의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아라비아의 작은 마을에 살던 아자드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축구와 물구나무 서기를 좋아하는 아자드는 나이가 많은 삼촌과 함께 사는 영리한 소년이었어요. 이 마을 지나던 부자는 아자드가 마음에 들어 삼촌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아자드를 유명한 낙타 기수로 만들어주겠다고요. 삼촌은 망설임 한 번 없이 아자드를 팔아버렸죠. 아직도 지구상에 아이들을 사고 파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부자가 아자드를 데려간 곳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가난해서 팔려 왔거나 납치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네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도 있다고 하네요.
혹독한 훈련은 첫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자드는 무서웠지만 두 눈을 꼭 감고 고삐를 꽉 쥐었습니다. 아자드가 낙타에서 떨어지지 않자 어른들은 바로 낙타 경주에 내보냈습니다.
아자드의 낙타 아스퍼는 말을 할 줄 알았습니다. 아자드는 야스퍼에게 낙타 경주에 나가는 게 너무나 싫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아스퍼는 아자드에게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다음 날 아자드와 아스퍼는 낙타 경주에서 일등을 했지만 결승선을 지나서도 계속 달렸습니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아주 빠르게요.
도시를 모두 지나 마침내 사막에 도착한 아자드와 아스퍼는 서로에게 기댄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막의 밤은 낙타와 어린 아이가 지내기엔 너무 추웠어요. 다행스럽게도 어둠 속에서 나타난 영양과 사막 여우, 작은 고양이가 아자드와 아스퍼 곁에 누어 함께 밤을 보내주었지요.
그리고 아침이 되어 아자드가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맞이해준 건 사막의 방랑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도시에서 탈출해 온 아자드의 용기를 칭찬하며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자드와 아스퍼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하네요.
낙타 기수로 아이들을 쓰는 건 낙타가 더 빨리 달리도록 하려면 몸무게가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훈련을 받다 보면 사고도 많이 생기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도 어른들의 즐거움을 위해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네요. 이 아이들의 인권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요?
그런데 더 가슴이 아픈 건 낙타 기수를 하던 아이들이 집으로 가는 걸 두려워한다는 거예요. 자신을 팔아버린 집이니 돌아간들 어떠하리란 걸 잘 알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