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완도에 와서 아주 널널하게 산다. 처음 일 년 정도는 도시 아이들한테 뒤지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공부 하라는 잔소리를 좀 했다. 하지만 1년 2년을 넘기고 어느새 완도 생활 3년차, 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거의 끊었다. 요것이 나중에 아이들 인생에 영향을 미쳐 엄마를 원망할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아이들도 나도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다.
학원이라고는 딸아이가 미술 학원 3일, 아들은 미술 학원 3일에, 태권도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아들은 요즘 발뒤꿈치뼈에 금이 가서 반깁스를 하는 바람에 태권도 학원도 못 가고 목발 소년이 된 지 3주가 되어 가고 있다. 내가 요 아들 땜시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다. 어쨌거나 집에 오면 우리 아이들은 저녁 먹을 때까지 뒹굴뒹굴 책이나 보면서 논다. 특별하게 뭘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치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완도. 공부도 너희들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생각에 그냥 방치중이다. 사실은 정말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내 머리 속을 휘젓기는 한다.
그런 중에도 내가 딱 끊지 못하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영어다. 슬프게도 완도에는 내가 아이들을 맡길 만한 실력을 갖춘 영어 학원이나 선생이 하나도 없다. 땅끝 마을 해남보다 더 먼~~ 땅끝 마을임을 인정한 것도 다 교육 때문이다.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 참고. 믿을 수 없겠지만 나한테도 영어 선생을 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니 원. 내게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실력도 끈기도 없다. 사실은 끈기가 더 문제지만. 그래서 선택한 게 윤선생 영어다.
딸이 영어를 좋아해서 요즘 배우는 내용이 제법 어려운데 지난 달부터 주제가 Famous People 이다. 첫번째 인물이 간디, 두번째가 마틴 루터 킹, 세번째가 나이팅게일, 네번째가 허준이었다. 딸아이가 간디랑 마틴 루터 킹을 공부하면서 어찌나 어려워 하던지.... 그래서 살짝 들여다보니 나도 어려웠다. 비폭력, 무저항, 인권, 카스트 제도, 철학, 권리, 불평등, 정부.... 우리말 단어만으로도 5학년에겐 좀 버겁다 싶어서 인물에 관한 책을 사서 함께 읽었다.
아이랑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5학년은 위인전을 읽히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간디>는 책으로 읽고 나서도 어렵다고 한다. 카스트라는 인도의 신분 제도가 뛰어넘기 힘든 벽인가 보다. 하지만 <마틴 루터 킹>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싶은 인물이란다. 딸아이가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슬슬 알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읽은 책 <오바마 이야기>.
딸아이가 말했다. "미국에서 유명한 사람은 다 흑인인가 봐 !"
이 말을 듣고 보니 미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건 끊임없이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한 흑인들 덕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 보지 않아 실제로 살기 좋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