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 최승렬 동시집
최승렬 지음 / 재미마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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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크기의 시집을 펼치는 순간 참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씨체나 그림도 요즘의 화려한 책과는 거리가 멀고, 최승렬이라는 시인의 이름도 낯설었거든요. 하지만 이 동시집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올해가 육당 최남선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신체시를 발표(1908년)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해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재미마주에서 우리 원로 작가들의 동시집을 다시 펴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첫번째 책이 바로 <무지개>라는 이 동시집입니다.

동시를 읽다 보니 자꾸만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어요.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는 느낄 수 없는 풍경들이 떠오르고, 어린 시절 뛰어놀던 들판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 충동도 느꼈어요.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등불이나 달구지에 관한 추억도 떠올랐고요.

또 동시집을 읽는 내내 '어머니'라는 시어가 자꾸만 눈에 밟혔어요.1955년 이 동시집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신석정 시인이 쓴 서문이 그대로 실려 있어 읽어 보니 시인은 일찍 어머니를 잃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시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마음이 짠해지면서 우리 엄마가 떠오르네요.

<어리광> 즐거운 꿈을 깨인 밤은/하도야 마음이 섭섭해서요./어머니 앞가슴에 얼굴 파묻고/흐으응 어리광을 떨고 싶었어.

<눈길> 눈길 하얀 길이 차요./내 발에 고무신/추웁다 신고 가란 어머니 고무신/어머니는 온종일 어찌 시려나/눈 위에 남는 호젓한 내 발자국

<슬픔> 달구지 끄는 엄마가 안타까워/애기 말은 말없이 따라갔다./엄마 엄마 따라갔다.

<자장가> 머언 산울림 은은히 퍼지는 노래가 있어요./어머니 손길에 포근히 잠겨 끝없는 꿈을 엮던 그때 그 노래가요.

글씨 크기가 작고 글씨체도 옛스러워서 아이들보다는 나이 좀 있는 어른들이나 보는 책으로 생각할 것 같아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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