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4
사라 페니패커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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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클레멘타인네처럼 쉬운 쪽 아이와 어려운 쪽 아이가 있어요. 쉬운 쪽은 딸이고 어려운 쪽은 아들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딸아이가 클레멘타인이 자기의 우상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동안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동생을 흘겨보던 눈을 생각하면 클레멘타인은 절대 우리 딸아이 타입이 아니거든요. 딸아이 자신은 그렇게 못하지만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클레멘타인이 멋져 보였나 봐요.

클레멘타인은 우리 아들을 정말 많이 닮았어요. 숙제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시도 얌전히 앉아 있지를 못하거든요. 공부할 때도 일어났다 앉았다 가끔은 굴러다니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뿅뿅 떠오르는 것도 비슷해요. 그리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선생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아들을 관찰했는데 음, 클레멘타인 과가 확실하더라구요.

그러니 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집중 좀 해라!"일 수밖에요. 그런데 아들의 대답이 어쩜 그렇게 클레멘타인하고 똑같은지 모르겠어요. "집중하고 있거든요!" 클레멘타인이 선생님 말씀 대신 창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는 것처럼 우리 아들은 숙제가 아닌 책상에 굴러다니는 볼펜에 집중하다 보니 분해를 하게 되었고, 결국 망가지게 된 거죠. 하지만 절대 자기 잘못이 아니죠. 궁금해서 만지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니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일이 일어나지만 전 클레멘타인의 엄마 아빠처럼 "넌 참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졌구나, 너는 흥미로운 것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졌어, 너는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어, 네 미래를 위해 좋은 징조야!"라는 말을 해주지 못합니다. 교장선생님이나 마거릿의 엄마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를 생각하는 어른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반성은 참 많이 하는데 좋은 엄마가 되려면 아직  먼 것 같아요. 

사실 클레멘타인은 말 잘 듣는 모범생만 좋아하는 어른들의 눈에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아이가 맞아요. 하지만 클레멘타인이 일으킨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면 뭔가 새롭고 흥미롭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파트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비둘기를 퇴치할 수 있었던 것도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마거릿을 배려해서 머리카락을 잘랐을 뿐인데 어른들이 그걸 문제삼았을 뿐이지요. 같은 행동도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문제아를 만들 수도 있고 창의적인 아이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늘 즐겁게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클레멘타인 덕분에 집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어른들의 압력이 아무리 거세다 해도 클레멘타인이 색다른 것에 집중하는 걸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클레멘타인, 제발 변하지 말아줘!" 그리고 이참에 우리 아들의 별명도 바꿔야 할까 봐요. 몰입 천재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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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이주의 마이 리뷰감인데요. 물론 책가족에서도 올라갈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8-12-09 13:36   좋아요 0 | URL
아유, 순오기님도...
칭찬 받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bookJourney 2008-12-0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에요~~ ^^

소나무집 2008-12-10 14:0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