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교장선생님에게 박수를 짝짝짝~

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ㅣ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4학년 딸아이에게 일곱 편의 동화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표제작인 <조태백 탈출 사건>을 꼽았다. 숙제와 거짓말이라는 소재가 그 또래 아이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유독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혼나는 걸 싫어한다. 숙제를 집에 두고 왔다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던 조태백이 이번엔 단단히 걸렸다. 선생님이 집에 가서 숙제장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안 한 숙제가 집에 있을 리 없고, 조태백은 머리를 굴리다가 도둑에게 유괴를 당했다는 맹랑한 거짓말을 한다. 뉴스에 나올 정도로 사건이 커졌지만 결국 모든 게 조태백의 거짓말이었다는 게 탄로 난다.

순간을 모면해보려고 거짓말을 키워가는 조태백을 보며 '뭐 요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조태백보다 그 부모와 선생님이 더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제장 살 돈을 달라고 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말을 건성으로 들어버리는 엄마, 욕설과 폭행의 일인자인 아빠의 눈치를 보며 사는 조태백은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외롭기만 하다. 그리고 숙제장에 한 숙제만 인정하는 담임선생님은 예외라곤 통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조태백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선생님도 다른 공책에 한 숙제를 인정해 주었다면 조태백이 그런 엄청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조태백이 그런 엄청난 거짓말을 하도록 만든 건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조태백이 안됐다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특별한 교장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교장선생님은 조태백을 무조건 혼내지 않는다. 조태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시간을 준다. 회초리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빌려주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주는 교장선생님이 정말 멋지다. 거짓말을 한 죄로 친구들과 어른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꾹 참았던 눈물이 교장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앞에서 뚝뚝 떨어졌으니 조태백이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우리 작가의 동화책에서 처음 만나는 여자 교장선생님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푸른문학상 수장작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주고, 부모에게는 반성할 기회를 주는 내용들이 많았다. <구경만 하기 수백 번>에서 왕따 당하는 친구를 구경하던 시현이를 보면서 내 일이 아니면 점점 방관자가 되어가는 나를, 엄마가 짜놓은 계획대로 엄마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상후, 그 녀석>을 보면서 나 또한 상후 엄마처럼 아이를 닥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했다. 

거짓말을 한 경험이 있는 초등 4학년 이상 아이들과 아이의 마음이 알쏭달쏭한 엄마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