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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로라의 생일 선물 ㅣ 미래아이문고 5
나탈리 샤를르 글, 최정인 그림, 김영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일하는 엄마들 중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엄마처럼 보살펴주고 공부도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고학년만 되어도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학년 때는 누군가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겠죠?
이 책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열 살 로라의 이야기예요. 로라는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서 일주일에 이틀은 아빠랑 살고, 나머지는 엄마랑 사는 특별한 경우죠. 비록 엄마 아빠는 이혼을 했지만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랑스 부모들이 참으로 훌륭해 보이네요.
열 살 생일에 로라는 엄마 아빠로부터 똑같은 선물을 받았어요. 한창 유행하는 비싼 운동화를 엄마랑 아빠로부터 받았는데 두 사람한테는 비밀로 해야 했어요.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더 안 좋아질지도 모르니까요. 이 운동화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나중엔 똑같은 운동화가 네 켤레나 생겼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죠?
일 때문에 방과후에 로라를 보살펴줄 수 없는 엄마 아빠는 생일 선물로 보모 할머니를 준비했어요. 우리는 열 살 정도가 되면 있던 보모도 내보내는데 이들은 아직은 보모가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주 특별해 보이네요. 거기다 보모 할머니를 결정하는 과정도 마음 들어요. 이혼한 부부 같지 않게 엄마 아빠가 함께 보모 할머니를 만나 로라를 잘 돌봐줄 수 있는지 결정하거든요. 이혼을 했든 안 했든 아이의 일이라면 사소한 부분도 부부가 함께 하는 점은 우리도 배워야겠다 싶어요.
그런데 로라는 보모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아요. 전직 회계사로 퇴직한 보모 할머니는 엄마보다 더 친절하게 로라의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숙제를 봐주는데도 일부러 엉터리로 시험을 보고, 할머니의 단점을 찾아 엄마한테 일러바치곤 하죠. 솔직히 엄마인 저도 이 할머니처럼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려줄 자신이 없어서 부끄럽네요.
보모 할머니는 로라가 까칠하게 굴수록 더 노력을 해요. 로라가 좋아하는 TV 프로도 함께 보고, 로라가 싫어하는 친구 이야기도 오랫동안 들어주고, 로라가 즐겨 읽는 책도 함께 읽으면서 로라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할머니 덕분에 멋진 발표를 하게 된 로라는 보모 할머니와 함께 하는 일이 즐겁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결국 로라는 보모 할머니를 최고의 생일 선물이자 가족으로 인정하게 되죠.
어때요? 이쯤 되면 우리 아이들에도 이런 보모 할머니 한 분 계셨으면 좋겠죠? 할머니라는 존재가 버릇 없는 아이들을 만들거나 냄새나는 구닥다리가 아니라 멋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하세요. 3학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