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키즈 창비청소년문학 9
카제노 우시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창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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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내 귓전에서 두두두두 하고 드럼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유쾌한 십대, 중학생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옆에 있는 책상을 마구 두들겨보기도 했다. 나도 두들기고 싶다.  두두두 둥둥둥, 그 시끌시끌한 비트 속에 잠겨 나를 잊고 싶어진다.

표지 그림을 장식한 두 아이는 주인공 에이지와 나나오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아이가 학교 밴드에서 만나 음악을 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때로는 마음을 찡하게, 때로는 신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에이지는 요즘에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천사표 아들이다. 몸이 약한 엄마를 위해 시장을 보고 밥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도박과 술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사정없이 대드는 폭력을 보이기도 한다. 학교에서의 에이지는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순진하고 둔하다. 특히 아이들을 넘어가게 만드는 에이지의 사투리 때문에 나의 입가에도 웃음이 묻어나곤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웃음 바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가 바로 에이지이기도 하다.

에이지와는 달리 너무나 완벽한 조건의 나나오는 아이들을 쫄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잘 생긴 얼굴에 부잣집 외동 아들인 나나오는 학교 성적도 좋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음악적 재능까지 가지고 있다. 흠이라면 직설적이고 까칠한 성격 탓에 가까운 친구가 없다는 것. 하지만 에이지의 순진함과 거리낌없음에 나나오의 완벽주의도 허물어지고 만다. 나나오는 어린 시절 입양된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게 되고 이로 인해 에이지와의 우정은 깊어진다.

자존심 강한 나나오가 초라한 에이지네 다락방에 누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하염없이 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상처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건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또다른 상처를 지닌 친구라는 사실에 친구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했다. 환경이나 부모들의 조건에 관계없이 도와주고 마음을 나누는 두 아이의 우정에 내내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친구 하나쯤 생기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겠다 싶다.

지역 축제에 참가하게 된 아이들은 지도하는 선생님과 충돌하지만 멋지게 공연을 성공시키고 한 방 먹이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공연 후 나나오는 도쿄에 있는 유명한 프로 밴드로 스카우트되어 떠난다. 큰북을 치면서 자신감과 열정을 발견한 에이지는 죽이고 싶었던 아버지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게 되고, 미래에 대한 꿈도 키우는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미칠듯이 드럼을 두들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했는데 이미 2005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꼭 찾아서 보고 싶다. 공부를 하면서도 자신의 취미를 살려가는 일본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해주는 부모들이 정말 부럽다. 

<비트 키즈>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학원을 도는 아이들에게 가슴이 터질 만큼 행복한 에너지가 되어줄 이야기이다. 중학생 조카에게 선물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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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8-09-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에요. 소나무집님....
요즘 알라딘 좀 뜸했거든요.
지금 일촌(?)방문 중...ㅎㅎ

2008-09-0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