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낳은 그림 천재들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11
조정육 지음 / 길벗어린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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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 화가와 그들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도 꽤 많이 나와 있다. 나름대로 다 특징이 있지만 이 책은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화가 옆에 앉아 그림 그리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을 소설의 한 장면으로 구성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림의 탄생 배경을 알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젠 웬만한 아이들도 다 아는 김홍도, 신사임당, 정선, 신윤복, 장승업 같은 화가들 외에도 김명국, 심사정, 윤두서, 김정희를 소개한 점도 좋았다. 책을 보던 딸아이가 김정희도 화가냐고 물었다. 그림보다는 글씨로 더 알려져서 생긴 궁금증 같았다. 나도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아이도 엄마도 이렇게 책을 보며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하다.

안견이 안평대군의 꿈을 듣고 3일 만에 그렸다는 <몽유도원도>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 대목에 밑줄을 긋다 보니 우리의 온갖 문화재를 다 훑어간 일본이 미워진다.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를 170년이 지난 후 안견이 모사한 <수박과 들쥐>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같은 주제로 그렸지만 그린 이가 다르니 느낌도 전혀 다르다. 나는 여자이면서도 화려한 신사임당의 그림보다 차분한 느낌이 나는 안견의 <수박과 들쥐>가 더 마음에 든다.

<달마도> 화가로만 알고 있던 김명국이 일본에 가서 금을 뿜어서 벽화를 그린 이야기도 감동스러웠다. 일본인의 칼 앞에서도 굽신대지 않고 소신껏 그림을 그린 김명국은 아이들에게 어깨를 으쓱할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 손에 노리개를 살짝 들고 있는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찾아낸 것도 반갑다. 그림 속의 여인이 양반의 청으로 그린 기생이 아니라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면서 <미인도>를 오래도록 마음속에 새기고 말았다.

역적의 후손으로 태어나 한 번도 벼슬길에 나가지 못했던 심사정의 그림에는 가슴 아린 사연이 들어 있다. 감정이라는 벼슬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던 심사정은 삼 일 만에 취소되는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린 <딱따구리>에서 절망의 빛은 찾을 수 없다. 늙은 매화 나무에서는 꽃이 피어나고 화려한 빛깔의 딱따구리가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는 그림으로, 자신의 한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듯 보인다. 

그동안 우리 그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도 이 책이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단순히 화가 이름에 그림 제목을 연결시키는 공부가 아닌, 그 당시 사회와 화가와 그림을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으니 아이들이 두루두루 읽고 우리 화가랑 친해졌으면 좋겠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고 술술 읽히긴 하지만 글이 많아서 5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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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8-06-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란 말에...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아이들도 설명식의 책보다는 이런 책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소나무집 2008-06-27 11:24   좋아요 0 | URL
전 우리 화가들의 책이 좋더라구요.
특이 이 책 정말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