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도망갈 거야 I LOVE 그림책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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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책은 우리집에도 여러 권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책들이라서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지만. 이 책은 영어책으로 먼저 보았던 책이라서 더 익숙하고 반가웠다. 더구나 신형건 님의 우리말 번역은 옆에 있는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다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 입에 붙는다.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가 도망갈 때마다 어디든지 쫓아가면서 사랑을 보여준다. 아기가 물고기가 되면 엄마는 낚시꾼이 되고, 아기가 산을 오르면 엄마는 등산가가 되고, 아기가 꽃이 되면 엄마는 정원사가 되고, 아기가 새가 되면 엄마는 나무가 되고, 아기가 돛단배가 되면 엄마는 바람이 되고, 아기가 서커스단이 되면 엄마는 곡예사가 되어 항상 아기와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해 준다. 

일부러 힘든 곳으로 도망가면서 엄마를 시험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디든 따라가는 엄마의 사랑 때문에 아기는 안심할 수 있다. 결국 아기 토끼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 품에 안긴다. 아기와 알콩달콩 재미나게 노는 엄마의 모습도 행복해 보인다. 조건 없는 엄마의 사랑과 친밀감을 보여줄 수 있어 아기들이 처음 보는 그림책으로 딱 좋은 것 같다.

책을 보던 아들이 영문으로 된 <Goodnight  Moon>을 꺼내와 똑같다며 펼쳐 보인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잘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며, 소가 달을 건너뛰는 그림이며, 장식품이 거의 비슷해서... 같은 작가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아들과 내가 나눈 대화다. "아기 토끼는 참 좋겠다." "왜?"  "어디를 가든지 엄마가 따라와 주니까. 우리 엄마는 안 그러는데..."

항상 아이들 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순간 띵했다. 그래서 한마디 더 물어보았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그래도 엄마는 너희들이 해 달라는 거 다 해주지 않니?" 옆에 있던 딸아이까지 합세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상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엄마가 가고 싶은 곳만 데리고 간다나. 요즘 내가 그랬나? 아이들이 더 크면 엄마가 놀아준다고 해도 도망을 칠 게 뻔한데 좀더 아이들 편이 되어 놀아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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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6-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를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한때란 것을 느낍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기들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시대적으로 많이 어려 졌나봐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친구들과의 약속이 우선시 되었거든요.

소나무집 2008-06-23 11:50   좋아요 0 | URL
벌써 댓글을...
우리 아이들도 슬슬 그런 기미가 보이기는 하는데
이곳엔 친구도 많지 않고 갈 곳도 별로 없는지라 아직은
엄마 아빠랑 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