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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 할머니 ㅣ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4
브리기테 윙어 지음, 비르기타 하이스켈 그림, 윤혜정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도시에서만 자란 반다가 여름 방학을 시골 할머니댁에서 보내게 됩니다. 반다는 낯선 시골에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게 불만입니다. 게다가 할머니가 반다랑 이름까지 똑같대요. 하지만 시계도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는 할머니집에서 보내는 방학이 거지 같을 거라는 생각은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게 됩니다.
할머니와 왈츠를 추고(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왈츠를 추는 할머니가 너무 멋지네요.), 할머니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면서,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어 호수로 소풍을 가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반다를 구하고 감기에 걸린 할머니를 간호하면서, 밤하늘의 별과 넓은 풀밭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여름 방학이 훌쩍 지나가고 맙니다. 그리고 그 사이 반다의 마음속에는 할머니라는 존재가 가득 들어찹니다.
처음엔 반다를 할머니댁으로 보내고 둘이서만 여행을 떠나버린 반다의 부모님이 참 못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다가 할머니랑 친해지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반다의 부모님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되었지요.
사실 반다의 부모님은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모와 공부와 컴퓨터에 둘러싸여 삶의 참맛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가 어느 순간 불쌍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방학 동안이라도 자연을 느껴 보라고 그렇게 홀로 떠나 보낸 건 아니었을까 싶네요.
함께 살지 않는 할머니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멀어져 낯선 존재가 되기 십상이에요. 그런데 눈 뜨면 할머니 얼굴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그래요. 반다처럼 친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듣고,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면서 깔깔대는 할머니 반다와 손녀 반다의 모습이 정말 예뻤어요. 반다는 할머니와 보낸 여름 방학을 평생 추억하겠지요?
그동안 거의 사용할 일이 없어 골방에 처박아두었던 전화기를 부엌으로 꺼내다 놓는 모습은 반다가 할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랍니다. 혼자 지내던 할머니도 느닷없이 찾아온 손녀 덕분에 여름이 많이 행복했을 거예요.
이제 곧 여름 방학이 다가옵니다. 보람 있는 방학을 보내기 위해 모두들 열심히 계획을 세우겠지요? 반다처럼 시골에 있는 할머니와 영화보다 더 멋진 방학을 보낼 분은 어디 없나요? 할머니와 추억을 만들고 싶은 2학년 이상 아이들과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