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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작가가 된 구니 버드 ㅣ 동화 보물창고 20
로이스 로리 글, 미디 토마스 그림, 이어진.이금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우리 딸도 구니버드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 딸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커서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건 좋아하지만 앞에 나서는 건 끔찍하게도 싫어한다. 학기 초마다 반장 선거에 나가 보라며 큼직한 선물을 걸어도 끄덕도 하지 않는다. 또 커갈수록 단정한 옷차림만 고집하는 딸아이 때문에 가끔은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은 엄마와 싸움 아닌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구니버드가 부러웠다. 특이한 옷차림을 한 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꾸는 재주를 가진 구니버드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빠지고 말았다. 이 책보다 앞서 나온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구니버드네 교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함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오늘 수업은 이솝 우화를 읽고 교훈을 알아내는 것이다. 선생님이 이솝 우화를 들려주었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교훈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구니버드의 제안으로 아이들이 직접 우화를 만들기로 한다.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구니버드의 주도하에 아이들 스스로 자기만의 우화를 만든다.
앞에 나가 자기 우화를 발표하고 스스로 교훈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며 교육은 바로 이렇게 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별 간섭 없이 아이들 스스로 수업을 진행해 나가도록 지켜보는 피죤 선생님의 역할도 훌륭하다.
선생님이 정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신의 이름 첫 글자로 시작하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각자 우화를 만든다. 규칙은 반드시 교훈이 담겨 있어야 하고, ‘갑자기’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정도.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갈 때쯤 '갑자기'라는 단어를 넣어 집중하게 만드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을 하지 않을까 싶다.
구니버드는 이야기 속에서는 동물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잘했을 땐 칭찬도 마음껏 해준다. 배리가 우화를 보고서처럼 말하거나 옆길로 샐 때마다 명쾌한 코치를 해주는 건 선생님이 아니라 구니버드다. 보고서 같은 배리의 우화를 진짜 우화처럼 고쳐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지 우화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3, 4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들의 우화 9편을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