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와 나 미래아이문고 3
게리 폴슨 지음, 최지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해리스의 관찰자이면서 결국 해리스와의 말썽에 동참하는 나는 도시에서 온 외로운 아이다. 알콜 중독자인 엄마 아빠 때문에 육촌인 해리스네 시골 농장까지 오게 되었다. 나의 눈에 비친 해리스네 농장은 모든 게 낯설고 이상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농장에서의 하루하루와 그 가족들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만다. 

날도 밝지 않은 새벽에 첫 식사를 시작한 후 하루 여섯 끼씩 먹어가면서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는 농장 사람들 속에 상상을 초월하는 해리스의 하루가 있다. 이 시골 농장에는 갑자기 나타난 알콜 중독자 아들에 대한 배려 같은 건 눈꼽 만큼도 없다. 그래서 적당히 손님 노릇을 하며 보내려 했던 나의 여름 방학 계획은 농장에 도착한 순간 바로 깨지고 만다.

특히 잠시도 쉴 틈이 없는 해리스는 나의 우울함을 싹 잊게 만든다. 전쟁 놀이를 하다가 돼지똥 속에서 구르기, 전기가 통하는 울타리에 오줌 싸기, 세탁기에서 떼어낸 모터를 단 자전거 타고 날아가기, 타잔 흉내 내다 진흙탕에 처박히기 등 해리스의 말썽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해리스에겐 사고도 말썽도 아닌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다. 처음엔 이런 놀이에 주춤대던 나도 어느새 해리스의 말썽에 동참하고 만다. 왜냐고? 신나고 재미있으니까!

시골 농장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엄청난 말썽꾸러기 해리스와 독특한 성격의 가족들을 보며 따듯한 사랑을 느낀다. 해리스의 부모는 아무리 끔찍한 말썽을 피워도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 그러는 게 정상이라는 듯 무심하다. 엄마인 나도 이 대목에서 그냥 감동받고 반성까지 했다. 해리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 같은 말썽을 피우는 우리 아들에게 흥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방학이 끝나고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하는 나와 해리스의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나는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와서 해리스의 편지를 받는다. 신나는 놀이꺼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오라는. 그것도 노느라고 글을 익힐 시간이 없었는지 누나가 대신 써준 편지다. 그래서 더 해리스답다.

해리스가 다음엔 어떤 말썽을 피울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흥미롭고 놀라운 놀이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 가득 담고 있는 해리스는 모든 아이들의 영웅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 딸도 책을 읽은 후 "해리스는 좋겠다. 나도 이렇게 놀아보고 싶다"며 무한한 존경과 부러움을 보냈다.

한적한 시골 농장에서 벌어지는 지상 최대의 사건에 동참하고 싶은 4학년 이상 아이들과 어릴 적 최고의 말썽쟁이였던 어른들에게도 해리스네 농장으로 가는 초대장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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