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 버럭영감 난 책읽기가 좋아
강정연 지음, 김수현 그림 / 비룡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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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봉에 사는 버럭영감은 동네 제일 가는 부자여서 남부러울 게 없을 듯한데 소원이 하나 있다고 하네요. 바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 벼슬길에 오르는 건데요, 아들은 아버지의 소원은 아랑곳없이 나무와 망치를 들고 목수일 하는 것만 좋아하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버럭영감에게 아들은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했대요. 그러자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이랑 빨래터에서 수다 떠는 아낙네들이랑 논에서 일하며 노래 한 가락 뽑는 일꾼한테까지 버럭 버럭 소리를 질러가며 심술을 내는 통에 버럭영감이 되고 말았지요. 그렇게 십 년 동안 사람들을 단속해도 아들은 여전히 공부에 뜻을 보이지 않았구요, 늘어난 건 버럭영감의 심술뿐이었대요.

그런데 이 동네에는 소원을 외쳐서 구구봉 아흔아홉 고개에 메아리가 울려 퍼지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대요. 어느 날 버럭영감은 돌쇠네 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자 달려가서는 "소리들이 몽땅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외쳤지요.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정말 버럭영감의 소원 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대요.

그래서 아들이 공부를 하게 되었냐구요? 아니지요.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잖아요. 그날 밤 버럭영감의 집에서 불이 났는데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불을 끄러 오는 사람이 없었대요. 그제야 잘못을 뉘우친 버럭영감은 눈물까지 뚝뚝 흘리고 있는데 그 순간 며느리가 아기를 낳았대요. 아기의 울음 소리가 구구봉 아흔아홉 고개를 넘어 울려 퍼지자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대요.

그후 버럭영감의 소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불에 탄 집을 목수 일 잘하는 아들이 멋지게 지었는데 임금님에게까지 소문이 나서 결국 나라 목수가 되었대요. 그래서 진짜 벼슬도 하게 되었구요. 정말 멋지지요?

자식이 마음대로 안 되면 부모는 저절로 심통쟁이에 심술쟁이가 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성공의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는 거죠. 저도 오늘부터 아이들에게 어떤 재주가 있나 눈여겨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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