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편한 유리구두는 필요 없어
신데렐라 - 프랑스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9
샤를 페로 지음, 이다희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비룡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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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꼬마도 다 아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바로 <신데렐라>다. 비룡소의 옛 이야기 몇 권을 재미있게 읽은지라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을 때 주저없이 빼 들었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책장을 펼치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다. 절대 시시한 <신데렐라> 그림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정말  새롭고 충격적이다. 이야기는 샤를 페로의 원작을 그대로 번역했지만 그림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진다. 우리가 그동안 숱하게 보아 온 신데렐라 그림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현실적이다. 1920년대 런던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가장 놀라우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온 소품은 자동차다. 신데렐라의 새엄마와 두 언니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궁전 앞에 죽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는 순간 바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신데렐라의 집에 있는 목욕탕, 난로, 다리미, 괘종시계 등를 보며 당시 영국 사람들의 삶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인네들의 머리가 단발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왕자의 사랑을 받는 서양의 공주들은 금발의 긴 머리로 익숙하다. 딸아이가 그림책을 보는 내내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긴 머리의 여인은 극히 드물다. 물론 신데렐라도 단발머리다. 그것도 검은 단발머리. 그래서 다섯 살 정도의 여자 아이라면 잘못된 거라며 책을 내던질지도 모르겠다.

언뜻 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그림 때문에 화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왕자의 초청을 받고 파티에 온 사람들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옷차림과 장식, 화장한 얼굴 모습까지 모두 눈에 띄게 화려한 걸 알 수 있다. 그림책 보는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책이다.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가 두 언니도 귀족들과 결혼을 시킨다. 그 후 새엄마의 모습이 재미있다. 맨 마지막 장에 글 한 줄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잎이 다 진 나무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쓸쓸한 모습의 새엄마. 마루 바닥엔 술병까지 몇 개 널부러져 있어 알콜 중독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니 진작에 신데렐라한테 잘 좀 하지. 언니들은 결혼까지 시켜주었는데 참 안 돼 보인다.

그동안 화려하고 예쁜 모습의 <신데렐라>를 읽은 초등 이상 아이들에게 다시 읽히면 좋을 것 같다. 그림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놀라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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