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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수 없는 날 ㅣ 이야기 보물창고 11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글, 원지인 옮김, 수잔나 나티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일 년 내내 가슴 조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아이들이랑 싸우고 물어뜯고 선생님께 대들어서 한 달이면 두어 번씩 선생님의 호출을 받아야 했다. 난 그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1년 동안 딱 두 주 빼놓고 학교에 청소를 하러 다녔다. 그 사이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아이 성향에 대해 말할 기회가 많았고, 웃으면서 일학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정말 엄마 노릇하기 힘든 한 해였다.
한 살 더 먹었으니 올해는 괜찮으려나 했더니 역시나 우리 아들답게 사건을 몰고다닌다. 개학식 마치고 교실로 뛰어 들어가다가 넘어져 손바닥이랑 바지 무릎이 찢어지고, 태권도 학원 가는 것도 잊고 집으로 와버렸다. 2학년이 되었다고 하룻만에 아이가 크는 건 아닌데 내가 잠시 착각을 했다. 개학 첫날을 화려하게 보내고 잠들어 있는 아들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작은아이라 그런지 미운 구석은 하나도 없으니 원.
왕재수 없는 일만 생기는 로널드 모건을 보면서 바로 우리 아들을 떠올렸다. 한글도 제대로 못 뗀 채 입학을 했고, 행동도 굼뜨고, 늘 한 발짝씩 늦어서 대처 능력도 떨어지고, 뭐든지 깜빡깜빡 잊고 마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이유를 늘어놓지만 귀를 귀울이는 사람 별로 없는 우리 아들. 못난이 아들 모습에 콧끝이 찡해진다.
선생님이 아끼는 화분을 깨뜨린 로널드 모건의 변명은 정말 우리 아들 녀석의 대사랑 똑같다. " 나는 잠깐 창밖만 내다보았을 뿐인데 어느새 창턱에 있던 화분이 내 앞에 뚝 떨어져 있는 거예요." 우리 아들이라면 이어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 잘못이 아니고 떨어진 화분 잘못이라고요." 이럴 때 난 뭐라고 했던가! 일부러 큰소리로 화분을 혼냈지 아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슬며시 물어보았다. "지우야, 너도 로널드 모건처럼 재수 없는 일 되게 많지?" 하지만 아이의 반응이 의외였다. 자신은 재수 없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굼벵이처럼 지저분한 별명도 없고, 엄마 이름도 제대로 쓸 줄 알고, 수학도 잘하고, 돈을 잃어버린 적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적적인 자신의 모습을 먼저 생각하는 게 기특하기도 했다. 자기보다 재수 없는 일이 더 많이 생기는 로널드 모건을 보며 안도하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을 안쓰러워까지 했으니.
우리 아들에겐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엄마가 있다면 로널드 모건에겐 타일러 선생님이 있다. 하루 종일 우울한 일을 겪어서 왕재수 없는 로널드에게 편지를 써서 위로해줄 줄 아는 멋진 선생님. 이런 선생님과 함께하는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핑계도 많은 1,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