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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깜짝
초 신타 지음, 엄혜숙 옮김 / 창비 / 2008년 2월
평점 :
봄이 온 것 같네요. 책 속에 노랑색과 주황색이 가득합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칙칙한 겨울 기운을 다 몰아내고 활짝 핀 봄꽃이 집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아요. 빨리 봄이 오길 기다리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글도 그림도 아주 따듯합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진 코끼리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난꾸러기 꼬마 원숭이가 코끼리의 엉덩이에 낙서를 했거든요. 바로 요렇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60753173354210.jpg)
앞모습이랑 똑같은 뒷모습이 되었지요? 정말 기발한 발상이네요. 그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엉덩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코끼리는 평소처럼 어슬렁대는데 새도 뱀도 고릴라도 악어도 깜짝 놀라 달아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고 자랑하던 사자까지도 무섭다며 도망 갔을 정도예요. 눈 코, 입이 앞뒤로 똑같이 달려 있으니 모두 괴물이 나타난 줄 알았나 봐요.
외롭고 쓸쓸해진 코끼리가 슬퍼하고 있을 때 나타난 아기 원숭이. 자기가 무섭지 않냐는 코끼리의 물음에 엉덩이에 그림을 그린 게 자기라며 킥킥대기만 합니다. 아, 요런 쾌심하면서도 혼낼 수 없는 천진난만함!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원숭이가 사과하면서 엉덩이 그림을 지우자 달아났던 동물 친구들이 모두 돌아와 친구가 되어주었답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덩치 큰 코끼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세상의 모든 남자 아이들이 개구쟁이라는 사실을 아들을 키우면서 터득했네요. 특히 우리 집안의 골칫거리(아들아, 미안하다)이면서 웃음을 폭포처럼 쏟아지게 만드는 장본인도 바로 아들이랍니다. 늘 사소한 사건을 몰고 다니는 아들이 없으면 이젠 심심해서 못 살 것 같아요. 바로 장난꾸러기 아기 원숭이의 모습이랑 꼭 닮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