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모자와 까만 원숭이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1
카린 코흐 지음, 윤혜정 옮김, 앙드레 뢰슬러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살고 있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얼마 전 5일장 구경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빠가 두 딸의 손을 잡고 가는데 자꾸만 눈길이 갔어요. 한눈에 봐도 아이들의 피부색이 달랐습니다. 아마 동남아 쪽에서 시집 온 엄마를 많이 닮은 듯했습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서 있는 아빠의 피부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어요.

아이들과 그 아빠가 갑자기 안쓰러웠습니다. 이젠 우리도 그 어울리지 않는 피부를 가진 아빠와 딸이 한 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자라 학교와 사회에서 아무런 차별 없이 살아간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학교에서만이라도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풀어줄 열쇠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독일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아프리카에서 흑인 아이가 전학을 오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입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낡은 모자를 쓴 미아를 아이들은 썩은 모자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온 까만 피부의 아바디는 까만 원숭이라고 놀렸지요. 반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두 아이는 금방 친구가 되었답니다.

외국인은 나가라는 구호가 판을 치지만 미아는 자기도 흑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아바디를 좋아합니다. 아바디는 미아의 모자와 똑같이 생긴 낡은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갑니다. 오해로 인해 서로 등을 돌릴 뻔한 적도 있지만 두 아이의 우정은 더 깊어갔어요. 미아와 아바디를 놀리던 반 아이들과도 화해하는 장면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생각 없는 놀림에 상처받을 아이들, 놀렸던 아이들은 금방 잊을지 모르지만 놀림받은 아이는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아와 아바디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교실에서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ony 2007-12-2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문화 가정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 나름대로 순한 표현이네요.
가깝게 알고 지내는 집은 없지만 저희가 사는 곳에도 동남아 아가씨와 결혼한 사람들 얘기는 들었는데 안타깝게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소식이었답니다.

소나무집 2007-12-28 09:56   좋아요 0 | URL
네, 요즘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르더군요. 성공해서 잘 사는 사람보다 적응 못하는 이들이 더 많은가 봐요. 사실은 우리 나라 사람끼리 결혼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