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로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처음 본 순간 표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 멀리 수평선만 보이는 넓은 바다 위에서 두 아이가 뗏목을 탄 채 어디론가 노를 저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은 그림자처럼 검게 표현되어 누군지 자세히 알 수도 없다. 내 아이 혹은 이웃의 아이인지도 모른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라면서 친정엄마께 "너희들 만큼 행복한 아이들도 없지!"라는 말을 참 많이 들으면서 컸다. 사실 나는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부모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자라던 시대보다 환경이 너무 좋다는 생각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그런데 이젠 내가 자식을 키운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된 나는 내 아이들을 보면서 친정엄마와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너희들은 정말 행복한 거야!"라고 .

이젠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다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경쟁에서 이기고 누군가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기를 쓴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과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의 자유 시간이 얼마나 될까? 5,6학년만 되어도 대입을 생각하고, 외고나 특목고 진학을 위해 학습 계획을 짠다. 공부 빼면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세상처럼 보인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앞에 두고 "넌 공부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행복하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 나온다고 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렇다고 공부하지 말라고 말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아직까지 나도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가르쳐줄 자신이 없고, 그건 살아가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할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1980년 일본에서 나온 청소년 소설이라는데 지금 우리 현실과도 비슷하다. 나름대로 사연을 간직한 6학년 남자 아이들이 출입이 금지된 매립지에 모여 배를 만든다. 공부 잘하는 아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 아빠가 없는 아이, 겉으론 모범 가정이지만 아빠가 외도하는 집의 아이, 아픈 동생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 등이 그들이다. 배를 만들면서는 학교에서의 모범생 구니토시는 손재주가 없어 열등해지고,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는 시로는 손재주가 좋아 단번에 아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시로는 태풍이 몰아치던 밤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지키려다 목숨까지 잃고 만다.

시로의 죽음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학교올 돌아가는 아이도 있었지만 사토시와 구니토시는 금지된 매립지에서 다시 만난다. 어른들이 옳지 않다고, 가지 말라고 한 곳에서 아이들이 찾은 건 무엇일까? 아이들은 어른들을 의식하지 않고 완성된 뗏목을 타고 목적지도 없이 그냥 떠난다. 그렇게 떠나버린 아이들에 대한 뒷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함께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는 마사아키가 한 달째 매일같이 매립지에 나와 친구들을 기다리는 걸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과연 바다로 떠난 아이들은 행복했을까? 친구와 함께 배를 만들면서 느낀 행복감이 내처 아이들을 떠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정해지지 않은 길을 떠나면서 아이들은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등생과 열등생의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바다에서 행복을 찾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간섭은 없지만 더 많은 책임이 따르는 바다에서 아이들은 부쩍 성장을 할 것이다.

6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떠나는 주인공들을 보며 통쾌해할 것 같다. 어쩌면 바다로 떠나고 싶은 건 현대 사회를 사는 모든 아이들이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어놓은 다이너마이트 때문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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