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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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동물원 생각만 했다. 아니 코끼리 사쿠라를 떠올리려 애썼다. 동물원에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코끼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건만 그곳에 있던 아시아코끼리 중 한 마리에게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식탐대마왕에 애교 덩어리인 사쿠라가 보고 싶어 당장이라도 동물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이름이 사쿠라라니 일본 냄새가 잔뜩 나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사연이 있는 코끼리임을 알 수 있다. 사쿠라는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원래 고향은 타이라고 한다. 사쿠라는 1966년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새끼 잃은 일본 동물원의 코끼리 메리에게 입양되었다. 그러다가 그동안 살던 동물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2003년 우리나라에까지 오게 된 사연 많은 코끼리다.

재일 한국인 3세인 저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간 코끼리라는 사실 때문에 사쿠라에 대해 추적하던 중 알게 된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들려준다. 저자가 일본인이 아닌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 땅에 살면서 겪은 서러움이 많았기에 혹시 일본에서 건너간 코끼리 사쿠라가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할 땐 나도 같이 애를 태웠다. 우리나라로 온 후 당연히 이름을 바꾸었을 법도 한데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원래 이름을 그대로 부른다는 사실에 저자는 물론 읽는 이들도 감동하게 된다.

다행히 사쿠라는 서울대공원 내 동물원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사쿠라를 아끼고 보살펴준 사육사들 덕분에 사쿠라는 동물원의 인기 동물 베스트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사쿠라가 짝을 만나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아프리카코끼리 리카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도 사쿠라의 인기 비결중 하나인 것 같다.

한국 최초의 코끼리 사육사 이진아 씨의 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쿠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동물원에 가면 꼭 한 번 만나고 싶기까지 하다. 사실 나는 저자의 글보다도 사육사 이진아 씨의 일기에 담긴 사쿠라를 향한 진한 사랑 때문에 사쿠라가 더 궁금하다. 이진아 씨의 사육사 일기가 단행본으로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 코끼리의 역사도 덤으로 알 수 있다. 1411년 우리나라에 맨처음 온 코끼리도 일본에서 왔다는 사실을 비롯해 그 코끼리가 너무 많이 먹어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귀향을 가게 된 사연에서는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 책 덕분에 코끼리 사쿠라가 더 유명한 동물원의 스타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코끼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해도 동물원을 찾는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사쿠라는 분명 날마다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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