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가구의 멋 보림한국미술관 6
김미라 지음 / 보림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시댁은 작년에 집을 멋들어지게 새로 지었습니다. 돌담이 있는 제주도 전통 가옥을 헐고 그 자리에 3층짜리 건물이 들어서자 동네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집이었지요.

그렇게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할 때 우리 자식들은 어머님께 새 장농을 사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반대로 그럴 수가 없었지요. 집 짓느라 돈도 많이 들어갔는데 무슨 새 장농이냐고 펄쩍 뛰시는 바람에 예전 집에 있던 물건들이 그대로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안을 훑어보면 새 집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참 많지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반닫이랍니다. 거실에 하나, 안방에는 두 채나 있지요. 헌 집에 있을 땐 일부러 찾아야 보였건만 새 집에선 사람들의 시선이 제일 먼저 반닫이로 갑니다. 이유는 그 반닫이가 화려하거나 멋져서가 아닙니다. 그 생김이 새 집과 어울리지 않다 보니 "저것 좀 치우라"는 말도 사람들 입에서 종종 나옵니다. 천장이 높은 집에 어정쩡한 높이의 반닫이는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키 큰 장롱 옆에 슬쩍 끼어 있거나 거실장 옆에 놓여 서러운 구박을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시댁에 갈 때마다 그 반닫이가 탐났지만 며느리라서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얼마전 들렀을 때 반닫이 꼭 저한테 물려 달라고 했지요. 이렇게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물려받지 않아 어디선가 불쏘시개로 운명을 마감한 우리 목가구가 얼마나 많을까요? 어릴 적 친정집에서도 반닫이랑 이층장 같은 걸 본 기억이 있지만 모두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결혼할 즈음엔 이런 목가구들의 아름다움이나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더니 이제야 서서히 우리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두루마리가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양쪽을 귀올림한 소나무 경상이랑 지체 높은 양반이나 사용했을 법한 소나무 평상은 정말 마음에 쏙 들어 당장이라도 안방에 들여놓고 싶을 지경입니다.

평범한 책상에 쇠장식 몇 개 대서 모양을 내면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모습으로 변하고, 나무의 무늬나 화려한 결은 그대로 살리고, 못 하나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를 물려가며 쓸 정도로 튼튼한 우리 목가구의 멋을 이 책을 보며 비로소 깨달았네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의 마음에 더 와 닿을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엄마 아빠라면 뭐든지 쉽게 버리고 새것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비록 박물관에서일지라도 우리 목가구를 바라볼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 앞에 서서 가구를 만든 장인의 솜씨에 감탄하고 우리 옛 가구의 아름다움에 짧은 감탄사라도 내밷는다면 이 책의 쓰임 또한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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