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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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내 마음이 짠해 온다. 부모 얼굴도 못 본 채 태어나 낯선 곳에서 성장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알만 낳고 새끼 얼굴도 못 본 채 죽음을 맞이하는 연어의 운명. 성인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부모의 도움을 받는 우리 인간들에 비하면 연어는 정말 일찍 독립을 하는 셈이다. 물수리 ,상어, 불곰, 바다사자, 인간 같은 포식자의 위험을 다 견디고 자기가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들의 삶은 한 편의 감동적인 생명 드라마다.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싫어 쉬운 길을 놓아두고 어려운 폭포를 택해 거슬러오르는 연어의 선택에 괜히 부끄러워진다. 한 번 쉬운 길을 선택하면 새끼들도 쉬운 길만 찾게 되고 거기에 익숙해지지만 고통을 견디며 어려운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새끼들도 옹골진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은빛연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늘 편하고 쉬운 쪽만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닌가, 그리고 은연중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식의 삶이 옳다고 강요한 건 아닌가 반성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어는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모천으로 거슬러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어가 산란하는 하천 주변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한다. 그들은 연어가  하천 주변의 나무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거슬러오른다고 믿는다. 부모 없이 태어난 연어 새끼에게 먹이와 그늘을 만들어줘서 겨울을 나고 바다로 나갈 수 있게 키워주기 때문에 '나무는 연어의 양부모'라는 것이다. 다 자란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은 죽어서 양부모인 나무에게 양분을 주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알을 낳고 새끼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죽지만 은혜를 갚았으니 연어의 죽음은 행복하다고.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거슬러오른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등굽은연어는 강이 오염되면 연어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강이 오염되는 제일 큰 원인은 결국 숲의 파괴에 있다. 실제로 연어가 산란하는 북미 하천 주변의 숲은 나날이 파괴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벌써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을 알아챈 연어들은 파괴된 모천의 위험에 대비해 한 번에 어른 연어의 4분의 1씩만  돌아온다고.

이 짧은 동화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연어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연어>를 읽으며 자꾸만 환경이 걱정되었다. 북미 원주민들의 생각처럼 연어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숲이 더이상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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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원래 <연어>가 더 좋아요
    from 소나무집 2008-02-02 10:02 
    이미 <연어>를 읽었기에 그림책 <연어>가 나왔다고 했을 때 정말 궁금했습니다.  전통적인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리는 한병호 님의 그림과 어울어져 아주 멋진 그림책 <연어>가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빛과 회색 빛이 도는 그림에서는 따뜻한 느낌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큰 물수리가 작은 누나연어를 발에 움켜쥐고 날아오르는 모습에 은빛연어처럼 가슴이 쓰려옵니다. 눈과 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