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레몬트리>3월호에 쓴 글입니다. (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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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로 키우는 뾰족한 수!!
1. 맞벌이 엄마 ▶ 몇 권이 좋은지 아이와 함께 약속을 정하고 매일 읽어주자. 읽어주는 엄마의 품 안에서 아이는 행복을 느끼면서 책에 대한 애정도 생긴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 유아나 저학년은 옛이야기나 그림책, 그 이상은 역사책이나 인물이야기를 읽어주자 ▶ 주말에 서점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과 엄마가 권하는 책을 함께 골라 사주자.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고 고르는 안목도 점점 높아진다. 정기적으로 가야 좋다.
2. 만화책만 좋아하는 아이 ▶ 만화책을 살 때 여러 가지 중에 골라보는 선택권을 준다. 장점을 말해보도록 하고 선택한 후에도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말해보도록 한다. ▶ 만화 주제와 관련 있는 동화책이나 지식 책으로 연결시켜 준다. 만화라는 장르보다 주제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한다. ▶ 만화에 심취하는 시기가 있다. 너무 좋아할 때는 오히려 그냥 두고 보면, 바람처럼 지나가기도 한다.
3. 책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 ▶ 아직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책으로 추천을 받아 아이에게 권한다. ▶ 영화나 드라마처럼 책 외부에서 관심사를 찾아 관련 책을 찾아준다. 아이의 호기심을 책으로 채우도록 돕는다. ▶ 책을 읽을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책 읽는 가족의 모습도 보여 주어야 하고, 집에는 아이가 읽고 싶은 책들이 곳곳에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4. 컴퓨터만 찾는 아이 ▶ 컴퓨터는 아이들 스스로 자제하기 어렵다. 약속을 정해 활용 내용과 시간을 정해두고 꼭 지키도록 지도해야 한다. ▶ 블로그를 만들어 책 소개하기나 독후감 쓰기 게시판을 운영하도록 한다. ▶ 밖에서 하는 놀이나 활동, 가족 여행 등을 통해서 컴퓨터와 멀리하는 계기를 자주 마련해 준다.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행한다.
5.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 ▶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 구경을 실컷 하게 해준다. 관심분야끼리 모아져 있기 때문에 책 고르기가 쉽다. 도서관 인기 대출 도서를 찾아보아도 좋다. ▶ 어린이 잡지를 통해 다양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잡다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읽기 능력도 향상되고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게 된다. ▶ 어휘력이 부족하면 책을 읽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학년 수준을 낮추어 쉬운 책부터 접근하게 한다.
================ 우리 집 저녁 풍경 1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이 피곤이 몰려온다. 생각거리를 덮어두려고 아예 텔레비전 켠다. 리모콘을 돌리다 보니 어느새 세 시간이나 지났다. 밤이 깊었는데 두 아들 역시 거실 컴퓨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소리를 질러 아이들을 야단치지만 조금만...이라는 단서를 덧붙인다. 늦게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 역시 바로 눕는다. 그리고 리모콘을 가져간다.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우리 집 저녁 풍경 2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머리맡의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거실에 틀어놓은 클래식 방송에서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큰 아이는 숙제를 하고, 작은 아이는 책을 읽으며 거실 바닥을 뒹군다. 다 읽은 책을 꽂아두려고 거실로 나온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읽은 책 이야기를 잠시 건넨다. 이번 주에 도착한 새 책 더미에서 한 권을 집어 든다. 큰 아이는 숙제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책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어 놓는다. 엄마의 조언도 듣는다. 잠자러 들어간 두 아이는 밤늦도록 읽던 책을 덮지 못한다. 늦게 퇴근한 남편도 침대에 누워 책장을 넘긴다. 시작이 좋았다.
교실 아침 풍경 1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컴퓨터를 켠다. 교내 쪽지함과 이메일을 확인한다. 공문을 읽고, 오늘 업무처리를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모자란다. 아이들은 눈치껏 만화도 읽고, 숙제도 하고, 속닥거린다. 고개를 들고 보니 1교시 시작할 시간이다.
교실 아침 풍경 2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방에서 책과 신문을 꺼낸다. 책을 읽다가 밑줄도 긋고, 키득거리기도 한다. 고개를 숙이고 몰두해서 읽는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슨 책을 읽는지 너무 궁금하다. 가끔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생님 자리 주변에는 동화책과 소설책, 역사책들이 잔뜩 꽂혀있다. 모두 선생님이 보는 책들이다. 아이들이 원하면 빌려주기도 한다. 아이들도 자기 책들을 꺼내서 읽고 있다. 아침마다 책 읽는 교실은 차분하게 문을 연다.
똑같은 하루가 얼마든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아이들은 참 많이 달라진다. 덕분에 엄마는 마음대로 텔레비전 보며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책꽂이에 책이 불어나는 것보다 엄마 아빠의 책꽂이가 더 크고 멋져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 아빠의 책을 같이 읽을 때가 오기 때문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억지로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읽으려는 희생을 해서는 안 된다. 그저 책 읽는 것이 휴식이고, 즐거움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문학 책을 같이 읽으면서 여행을 꿈꾸고,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가. 읽은 책이 쌓여 가는 만큼 가족의 공감은 더욱 커져간다. 그 품에서 자란 책벌레 아이는 스스로 자신을 채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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