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너무 좁아 - 이스라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3
마고 제마크 지음,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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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집이 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은 늘어놓고 또 늘어놓아도 늘어놓을 공간을 찾아낸다. 뒤따라 다니면서 치워도 끝이 없다. 아들 녀석이 쏟아놓는 레고통이 서너 개쯤 되다 보면 고함을 치고 싶지만 그래도 꾹 참는다. 같이 레고 조립하자고 안 하는 것이 고맙다. 요즘은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그대로 두는 방법을 쓴다. 그게 서로 속이 편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지혜가 들어 있는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들 여섯을 데리고 오두막에서 사는 사내가 있었다. 집안은 너무 북적댔고 아내와 말다툼은 끊이지 않았으며 아이들은 서로 싸웠다. 작은 침대에서 두 명씩 꼭 붙어서 자고 심지어는 아궁이 위에 있는 지붕에서도 아이들이 자고 있다. 이 가난한 남자는 자신의 가난이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에 랍비에게 달려가 도와 달라고 했다.

랍비는 오히려 집안으로 닭을 들여놓으라고 하더니 다음에는 거위를, 그 다음에는 염소에 소까지 들여놓고 함께 살아 보라고 말했다. 사람만 살기에도 좁은 집안에 덩치 큰 동물들까지 북적대니 사내의 집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동물들이 난폭하게 날뛰고 짓밟다 보니 숨쉴 공간조차 없었다. 불쌍한 사내는 자신이 점점 더 불행하게 생각되었다. 악몽보다 더 끔찍했다.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사내가 랍비에게 달려가 묻자 집안에 있는 동물들을 모두 오두막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다. 그날 밤 사내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가족들은 모두 평화를 만끽하며 잠들었다.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숨쉴 공간도 충분해졌다.

다음 날 랍비에게 달려간 사내가 말했다.

"랍비님은 제 삶을 달콤하게 해주셨어요. 오두막에 식구들이 모두 있는데도 아주 조용하고 널찍하고.... 심지어 평화롭기까지 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사실 처음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랍비는 단지 더 안 좋은 상황을 경험하게 해주었을 뿐이다. 그럼으로 인해 사내가 현재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해준 것이다. 비록 불행한 상황이지만 그 속에도 숨어 있는 행복은 분명히 있다. 랍비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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