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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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부터 나는 아내와 함께 하는 쇼핑을 멀리했었다.
필요한 물건만 후다닥 사서 쫓기듯 그 자리를 뜨는 나의 성격과는 대조적으로 아내의 쇼핑 시간은 마냥 늘어져 기다리는 나를 늘 지치게 하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빨리 나가자고 몇 번이나 채근하는 나를 딱하다는듯 쳐다보다가도 어느새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물건에 시선을 뺏기곤 했다.  마침내  내가 슬슬 부아가 치밀어 참지 못할 지경에 처할 즈음에서야 아내는 못 이기는 척 뭉그적뭉그적 따라 나서는 것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다시는 같이 나오지 않겠노라 다짐을 하면서도 지금껏 장롱면허를 갖고 다니는 아내를 생각하여 다시 쇼핑길에 따라 나서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남자들은 ’쓸모’를 따져 물건을 구입하지만, 여자들은 ’이야기’로 물건을 사는 듯했다.  하나의 물건을 손에 쥐고 그 물건이 놓인 장면을 상상하고, 그 물건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까지 하염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옳다구나 싶으면 기어코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결국 여자들에게 쇼핑은 단순한 물건 구매가 아닌, 자신을 포함한 가족 모두의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며, 그 물건은 그들 사이에 놓인 작은 소품과 같은 것이다.
나는 아내를 보면서 그렇게 결론지었다.  여자들에게 쇼핑은 ’이야기’를 사는 것이라고.

최인호의 <인연>은 오래 전에 읽었던 피천득의 <인연>과는 또 다르다.
뭐랄까 조금 대중적이라고나 할까?   화려한 미사여구나 문학적 천재성이 돋보이는 그런 문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의 글을 읽는다기보다 시간을 넘나들며 나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추억이란 묘한 것이어서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도, 어쩌면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술술 잘도 풀려 나온다.

"한 해도 저무는 세모의 저녁,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서 한 벌의 헌 옷도, 한 닢의 동정도 베풀지 못하면서 내가 감히 말씀드릴 것은, 여러분 가슴속에 자라고 있는 행복의 꿈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 매달린 향기로운 과일을 따보라는 것이다." (P.39)

작가는 세월의 잔물결따라 골과 마루를 같이 넘어온 사람들과 그때의 빛바랜 잔상을 쓰고 있다.  커다란 풍파없이 살아온 것도 얼마나 감사할 일이겠는가.
자신의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인생의 황혼에서 누군가에게 감사할 일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겸손하고, 더 겸손하라는...

"가끔 한밤중 잠에서 깨어 멀건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아버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전히 내 손바닥에 남아 있는 체온에서 나는 두 분의 따뜻한 음성을 듣는다.  나는 안다.  그분들은 이미 세상에 안 계시지만 여전히 세상에 머물러 계심을.  내 손바닥이 기억하는 그 모든 시절의 추억들로 나는 안다." (P.275)

나는 어쩌면 '쓸모'라는 판단 기준에 따라 사람도, 물건도 쇼핑하듯 긁어 모았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없으면 감동도 없는 법.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인연은 그렇게 만들 일이다.  아내는  어쨌든 성마름 대신 여유를, 다른 살이들을 탓하기 전에 나의 내적 성찰을 쇼핑을 통해 가르쳐주려 했었나 보다.  이야기가 없는 인연은 매마른 대지에 부는 한줌 먼지에 지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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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지난 주에는 네가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온 가족을 가슴 철렁하게 만들었지.
너는 두 번이나 토하고, 결국 학교도 하루를 결석하며 이틀이나 앓았더구나.
아픈 너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주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에 비하면 나는 마음으로만 걱정했을 뿐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었단다.
전화를 하면 한달음에 달려와 반가운 목소리를 전해주던 네가 아파서 누워있다는 말을 엄마로부터 들었을 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아들아

어제 아침에는 너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아파트 공터에서 축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깔깔거리며 웃는 너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단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구나.  내가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는 그저 그들만의 작은 기념일이었는데 요즘은 연말과 더불어 한껏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더구나.
오후에 너와 함께 강남역 근처의 서점을 방문했을 때, 거리는 온통 성탄절 상징물들로 가득하여 너는 수시로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지.
네게 슈톨렌이나 파네토네를 사주고 싶었지만 너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구나.

아들아

추억이란 언제나 사소한 것임을 네가 알았으면 좋겠구나.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여행지에서 네가 했던 말과 너의 표정, 너의 작은 몸짓이 기억에 남을 뿐이란다.
어쩌면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추억이지만 유독 작고 사소한 것만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인지 그 까닭을 나도 모르겠구나.
아마도 미래와 연결된 그리움의 통로는 아주 작아서 커다란 것은 현재에 머물고 미래에는 아주 작은 것들만 모이는 것은 아닐까?

아들아

나도 네 엄마와 통화할 적에 자주 지적을 받는 것이 있단다.
통화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지.  몇 차례 지적을 받은 듯한데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구나.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나는 늘 나중에 기억되지도 않을 신기루에만 관심을 쏟고 있단다.  아마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겠지.

아들아

바로 지금 어떤 것이 미래로 연결된 그리움의 통로를 통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에는 작고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렴.
지금 비록 커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오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결코 소중한 것이 아니란다.  누군가의 말을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것, 순간순간의 작은 표정들, 그리고 마음으로 전해 오는 따뜻함은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언제든 기억되고, 소중한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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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다시 또 겨울. 어렸을 적 처음으로 설경을 보았을 때의 경이로운 잔상효과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설국의 나라, 그 환상의 장소로 나를 데려간다.  <닥터 지바고>의 바리키노씬처럼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의 장면들.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최일남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0년 11월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꽃 피워야 할 꽃은 반드시 피어나듯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나 봅니다.  한 살 한 살 나이 들수록 사람의 아들은 자연을 닮아, 한줌의 흙으로 흩어지는 그날까지 그렇게 오래도록. 

 

 

 

  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세상이 두려울 때는 "아버지"를 찾는다. 삶이 힘들 때는 또 "아버지'를 찾는다.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세상릉 배우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반성-되돌아 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습관처럼 또 반성을 한다.  그래서 사람이다.  반성하는 내용도 그 방식도 작년과 비슷하건만 나는 명년 이맘때 똑같은 반성을 아니할 것이라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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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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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모르긴 몰라도 머리와 팔의 거리를 좁히는 일일 게다.
나의 글은 언제나 아귀가 맞지 않아 울퉁불퉁 거칠기 짝이 없어, 읽을 때마다 입 안에 흙모래가 씹히는듯 서걱거린다.
내가 작가의 글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작가 자신의 유년기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후였다.
그 전에도 작가의 작품을 더러 읽었었지만 작가의 글에서는 잘 벼린 칼의 시퍼런 날카로움도, 무릎을 칠만큼 독특함도 찾지 못했었다.  그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밋밋함이, 옆집 아줌마의 긴 사설에서도 족히 들었음직한 이야기들이 작가를 오래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이 자연스러움이란 걸 나중에야 알았고, 나는 그만큼 어렸었다.  
화선지에 번지는 푸른 잉크처럼 생각의 색깔이 원고지에 자연스레 배어 나오게 되기까지 작가는 오랜 세월을 침묵 속에 견뎌야 한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생각과 손이 한치의 틈도 없이 하나를 이루는 것, 작가의 생각이 독자의 머리에 부지불식간 살포시 얹힐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나 그 책을 읽는 사람이나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작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글에서만은 나잇값을 떳떳하게 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어느 것 하나 툭 불거져 뒤뚱거리는 것이 없다.
1부 내 생애의 밑줄, 2부 책들의 오솔길, 3부 그리움을 위하여의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교외 생활을 하는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지난 기억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금도 문학강연 같은 걸 하게 될 때는 소설이 지닌 이런 미덕, 쓰는 이와 읽는 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위안과 치유의 능력에 대해 말하곤 한다.  나는 내가 소설을 통해 구원받았다는 걸 인정하고 소설가인 것에 자부심도 느끼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면 마치 허세를 부린 것처럼 뒷맛이 허전해지곤 한다." (P.24)

작가는 당초에 되고 싶었던 건 소설가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것이 소설이든, 시이든 무엇인가 써야만 견딜 수 있는 순간이 있다.  꾹꾹 눌러 참았던 가슴 속 응어리가 한순간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려 할 때, 그렇게라도 외지치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 누군가 낯 모르는 사람의 멱살이라도 부여잡고 꺽꺽 울고 싶던 심정을 소심한 성격 탓에 그 맺힌 이야기를 원고지에 옮겨 적을 수 밖에 없을 때, 쓰는 이와 읽는 이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같이 공감하게 되고,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서로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글이 구르고 굴러 세월의 풍화작용 속에 모난 구석 없이 둥글둥글 다듬어지면 비로소 독자의 머리에도 작가가 품었던 파란 물이 드는 것이 아닐까?

2부에서 작가는 자신이 읽고 기억에 남았던 책들을 기록하고 있다.
문태준의 시집<그늘의 발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 박경리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작가는 이 글들을 소개하는 첫머리에서 자신의 글이 서평도 독후감도 아니라고 했다.

"책을 읽다가 오솔길로 새버린 이야기입니다.  나이 들면서 숨가쁘게 정상으로 끌고가는 책보다는 도중에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거느리고 있어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책에 더 정이 갑니다." (P.183)

3부에서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이어진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박경리 여사님 그리고 박수근 화백, 세 분 모두 작가와는 이승에서 연을 맺은 각별한 관계인 듯하다.  80줄에 들어선 작가의 연세를 생각할 때 별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곁을 떠나는 그리운 이들에 대한 작가의 글은 밀어내고 싶은 거부감이 올라온다.
세월을 거슬러 오래도록 작가의 글을 읽고 싶은 나의 욕심이 헛된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생각해보니 선생님과는 한 번도 허튼 수작을 해본 적이 없네요.  농담 한 번 안 하고 이 풍진 세상 그 힘든 세월을 어떻게 살아내셨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선생님이 가여워졌습니다.  이런 걸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 연민이라 한다면 너무 외람될까요." (P.255)

박경리 여사의 추도문을 읽으며 나는 그분께 투영된 작가의 세월을 보았다.
산다는 것은, 먼지처럼 쌓이는 구질구질한 일상을 나만이라도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 기억하고 보듬는 일이다.  내가 진정  힘써야 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이 지구별에 살다 갔다는 작은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기상청 일기예보는 오늘 요란스레 비가 내릴 것이라 했다.
그리고 생뚱맞게 겨울 황사가 몰려온단다.  거친 일기(日氣)에도 오늘을 살아내는 수많은 군상들은 또 얼마나 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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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잇는 250원의 행복한 식탁
고구레 마사히사 지음, 김우영.선현우 옮김 / 에이지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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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0년도 이제 딱 한달이 남았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에 가득 울려퍼지고, 늘 그렇듯 까만 제복의 구세군과 빨간 자선냄비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 매체에는 자선과 기부를 독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족히 달포는 지속될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불우 이웃돕기 성금’을 비롯한 각종 기부가 학급별로 반강제적으로 집행되었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았던 나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던 성금 모금이 영 부담스러웠고, 친구들에게 농반 진반으로 "내가 불우 이웃인데 누구를 도와주란 말이야?" 하면서 불만을 표출하곤 했었다.  그랬던 기억 때문인지 나는 어른이 돼서도 공개적인 성금 모금 행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나는 나의 능력 범위에서 몸으로 부대끼는 노력 봉사를 선호한다.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결혼 전에는 가끔 꽃동네를 방문하여 중증 장애우의 목욕을 도와주거나 청소를 거들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따뜻한 체온에서 느껴지던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세상과 이웃에 대한 믿음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이 있어 푸근해지는 그런 느낌.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웃’이라는 안전장치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이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나밖에 없다는 식의 투쟁 의식, 그래서 더 악착스레 돈에 매달리게 되고,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이 책은 일본의 사회적 기업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고구레 마사히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사회적 기업의 창업 지침서이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과 상대적으로 기부 문화에 인색한 아시아에서 사회적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자질과 기본 마인드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TFT는 이 ’먹을거리(食)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2007년 2월 발족했다.
사원식당을 가진 기업이나 단체와 제휴해 보통 식사보다 낮은 칼로리로 영양 밸런스를 갖춘 특별 메뉴를 제공하고 가격은 20엔(250원)을 올려 설정한다. 이 20엔은 기부금으로 TFT를 통해 아프리카에 보내서 현지 아이들의 급식비로 쓰인다. 즉 ’식량이 남는 선진국’과 ’식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세계적 식량 불균형을 해결하는 상생의 구조이다.
그냥 점심 한끼를 해결함으로써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으니 생각만으로 일관했던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그 틀을 제공함으로써 생각을 실천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연결’, 즉 그 기본 틀을 형성해 놓은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도 건강해질 수 있고, 이제까지의 자선 활동에서 갖기 쉬운 의무감이나 심리적 강제와 같은 답답함이 없는 점도 TFT의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또한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쇼치쿠에서 일했던 저자의 이력답게 사회적 기업에도 철저한 비즈니스 스킬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 개략적인 전략을 저자는 5P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Purpose[목적, 달성목표], Partnering[제휴],People[조직, 인사],  Promotion[홍보],   Profit[이익, 성과]는  ’이익을 올리지 않으면 사업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사업과 동일하다는 관점이다.

사회적 기업은 비지니스가 아닌 자원봉사이고, 이윤추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불식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생활이 있고 노력이나 성과에 걸맞는 보수가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과 도전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장(場)이 열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30대 중반에 자신의 ’천직’을 찾았다고 말한다.
비록 이제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 고생스럽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고 타인을 행복하게 그리고 사회를 좋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일하는 의미’를 찾는 길이며, 매일매일을 가슴 뛰는 두근거림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저자가 부럽다.   

 ’한 사람의 식탁을 둘러싸고 선진국의 참가자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함께 식사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테이블 포 투>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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