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잇는 250원의 행복한 식탁
고구레 마사히사 지음, 김우영.선현우 옮김 / 에이지21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2010년도 이제 딱 한달이 남았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에 가득 울려퍼지고, 늘 그렇듯 까만 제복의 구세군과 빨간 자선냄비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 매체에는 자선과 기부를 독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족히 달포는 지속될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불우 이웃돕기 성금’을 비롯한 각종 기부가 학급별로 반강제적으로 집행되었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았던 나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던 성금 모금이 영 부담스러웠고, 친구들에게 농반 진반으로 "내가 불우 이웃인데 누구를 도와주란 말이야?" 하면서 불만을 표출하곤 했었다.  그랬던 기억 때문인지 나는 어른이 돼서도 공개적인 성금 모금 행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나는 나의 능력 범위에서 몸으로 부대끼는 노력 봉사를 선호한다.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결혼 전에는 가끔 꽃동네를 방문하여 중증 장애우의 목욕을 도와주거나 청소를 거들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따뜻한 체온에서 느껴지던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세상과 이웃에 대한 믿음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이 있어 푸근해지는 그런 느낌.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웃’이라는 안전장치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이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나밖에 없다는 식의 투쟁 의식, 그래서 더 악착스레 돈에 매달리게 되고,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이 책은 일본의 사회적 기업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고구레 마사히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사회적 기업의 창업 지침서이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과 상대적으로 기부 문화에 인색한 아시아에서 사회적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자질과 기본 마인드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TFT는 이 ’먹을거리(食)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2007년 2월 발족했다.
사원식당을 가진 기업이나 단체와 제휴해 보통 식사보다 낮은 칼로리로 영양 밸런스를 갖춘 특별 메뉴를 제공하고 가격은 20엔(250원)을 올려 설정한다. 이 20엔은 기부금으로 TFT를 통해 아프리카에 보내서 현지 아이들의 급식비로 쓰인다. 즉 ’식량이 남는 선진국’과 ’식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세계적 식량 불균형을 해결하는 상생의 구조이다.
그냥 점심 한끼를 해결함으로써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으니 생각만으로 일관했던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그 틀을 제공함으로써 생각을 실천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연결’, 즉 그 기본 틀을 형성해 놓은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도 건강해질 수 있고, 이제까지의 자선 활동에서 갖기 쉬운 의무감이나 심리적 강제와 같은 답답함이 없는 점도 TFT의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또한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쇼치쿠에서 일했던 저자의 이력답게 사회적 기업에도 철저한 비즈니스 스킬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 개략적인 전략을 저자는 5P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Purpose[목적, 달성목표], Partnering[제휴],People[조직, 인사],  Promotion[홍보],   Profit[이익, 성과]는  ’이익을 올리지 않으면 사업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사업과 동일하다는 관점이다.

사회적 기업은 비지니스가 아닌 자원봉사이고, 이윤추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불식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생활이 있고 노력이나 성과에 걸맞는 보수가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과 도전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장(場)이 열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30대 중반에 자신의 ’천직’을 찾았다고 말한다.
비록 이제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 고생스럽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고 타인을 행복하게 그리고 사회를 좋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일하는 의미’를 찾는 길이며, 매일매일을 가슴 뛰는 두근거림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저자가 부럽다.   

 ’한 사람의 식탁을 둘러싸고 선진국의 참가자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함께 식사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테이블 포 투>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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