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영동여고생살인사건에서 보여준 심증정황만 있는 용의자추적 이후 부터이다.
영동여고생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01년 한 여고생이 알바중인 상태에서 사라졌는데, 그 다음 날 신축건축물 지하실에 시멘트포대에 덮힌 채 발견되었고, 양 손목은 짤린 채 인근 하천에 버려진 사건이었다.
이 미제 사건을 2014년 그 알에서 처음 방영했을 때,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이 죽은 여고생의 남자 동창이었고 그 알 취재팀은 여러 정황 증거를 대며 저 사람이 범인일 것이다라는 암시를 하며 취재를 해 나갔다. 그 때 방송분을 보면서, 아 쟤구나. 저렇게 정황상 증거가 눈 앞에 있는데 형사들은 눈 앞에 있는 범인을 잡지도 못하고 뭐하는 거지, 쳐 놀고 있구나! 라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가 무능력한 형사들에게 비난을 퍼 부으며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그 남동창생은 물적 증거가 없어 사건은 미제 상태로 여전히 남게 되었다.
그러다 2019년 이 사건을 한 제보자의 목격증언으로 한 번 더 다룬다. 이번에 타겟은 사건 당일 신축건물에서 일하던 한 목수를 지목했고, 그 알은 이 목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남동창생과 똑같이목수도 범인 취급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
저때만 해도 나는 용의자만 바꼈을 뿐 문제가 뭐였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유투브 사건의뢰를 보고 난 후, 그 알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깨부셨는지, 살인 사건에서 물적 증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인생이 저 방송 한번 나오고 나서,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생이 얼마나 움츠려 들고 망가졌을지 생각하면 그 알이 취재해 온 형태가 곱게 비쳐지지 않는다.
그알의 취재 형태는 용의자로 지목 되면, 여러 정황상 그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단정 짓게끔 유도한다. 같은 사건의 두 용의자가 남동창생일 때는 아,저 사람이 범인이구나!로, 두 번째 용의자가 목수 일때는 여러 정황을 들이대면서 범인으로 몰아가는데,
만약에 저런 식이면 나도, 당신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조작될 수 있다. 물적 증거 없이 정황상 퍼즐처럼 맞추기만 하면 말이다. 범인 찾기는 물적 증거의 퍼즐이지, 정황상 이리저리 맞추는 퍼즐이 아니다. 물적 증거 없이 함부로 방송에서 용의자를 추적하는 게 합당한 일인가?
미제 사건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돌출되는, 아 이 사람이 범인일 수 있겠구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비난 하는 것이 아니다. 저렇게 방송에서 대놓고 용의자를 지목하면, 저 사람의 인생은?
나는 영동여고생 살인 사건의 남동창생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때 정말 그 남동창생이 의심할 여지 없이 범인인 것처럼 보였기, 범인 주제에 거리를 활보 하고 다니는구나, 누군 꽃도 못 피우고 죽었는데, 살인자는 행복에 겨워 사네하며 괘씸해 했던 기억으로 나면서,
그 알의 취재가 과연 윤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그 알을 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