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발 아가씨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7
버나드 로지 지음, 캐더린 로지 그림, 김서정 옮김 / 한솔수북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김서정씨 같은 경우는 그림책 작가, 어린이책 평론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번역가로 유명한데, 그림책 읽어주다보면 너무나 자주 눈에 띄는 김서정씨의 두드러진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리 나라 어린이책분야에서 나름대로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지만, 이상하게 개인적으로 김서정씨의 글은 자주 접하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한달에 한번 받아보는 열린어린이 잡지에 실린 조각 글 정도. 그녀의 평론집을 사서 한번 읽어봐야지 한게 벌써 몇 년전의 일이다. 최윤정씨의 어린이책 평론집은 거진 다 사서 읽은 것에 비하면, 김서정씨의 글에 대한 관심은 좀 저조했다고 해야하나. 애정이 가는 번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구입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차라리 함량미달의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같은 일본소설 사서 읽는 것보다 김서정씨의 글을 읽은 게 나았을텐데....하는 가슴 치는 후회가..)  

그녀의 조각 글만 읽고 전체적인 글을 읽지 않아, 그녀가 생각하는 어린이 문학, 좀 더 그림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녀에게 확신하는 거 하나는, 그녀가 번역가로서 아이들 그림책에서 언어를 다루는 솜씨는 과히 최고라는 할 만 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그림책 번역, 뭐 그게 그렇게 어렵냐고 뜨악하게 반문하겠지만, 그림책 번역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책의 분위기가 무거우면 진중하거나 차분하게, 가벼우면 활발하게 또는 경쾌하게, 책의 분위기에 맞춰 번역도 상응해야 한다. 그림책의 글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대강대강 번역해, 말의 묘미를 망치는 경우을 종종 보았다. 김서정씨의 경우는 책이 풍기는 글의 분위기를 나름 최대한 잘 살리고, 특히나 그녀의 강점이라면 구어체의 느낌을 우리나라 말로 잘 옮겼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구어체의 유연성이라고 해야하나. 그림책을 읽어 줄때,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저절로 언어(말)의 리듬을 타게 하게 한다. 경쾌하고 흥이 날 정도로. 예를 들어, 에릭 칼의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같은 영어를 읽을 때의 강약의 리듬감 같은 거 말이다. 우리 나라 말이 악센트가 없어 자칫 리듬감 있는 언어도 번역을 하면 무미하거나 딱딱한데, 그녀는 오히려 원서보다도 더 리듬감을 타는 번역을 할 때도 있다.

<신발 신발 아가씨>나 한솔수북의 북스북스에 나오는 <웃기는 내고양이>가 그런 경우인데,  특히나, <웃기는 내고양이>같은 경우는, 원문보다 더 번역을 잘 된 케이스.  <웃기는 내고양이> 원서 사서 읽어 봤는데, 원어는 번역서만큼 뛰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녀식으로 마음대로 원문으로 고쳐 놓은 것이냐구? 아니,그런 것은 아니다. 원어를 읽었는 때는 소년과 고양이의 모험이 딱딱하는 느낌을 받지만 김서정씨의 번역은 소년과 고양이의 모험이 신나는 거대한 모험을 기다리는 설레임같은 것이 느껴진다. 발화자가 그 그림책 읽을 때 장난스럽게 읽게 할 정도로. <신발신발 아가씨>도 우리나라 말로 읽어 줄 때의 어감이, 말의 리듬을 타 아이들이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예들아, 안녕! 난 신발신발 아가씨야"라고 시작되는 이 그림책은 정말이지 요일마다의 분위기에 맞춰 읽어줄 수 밖에 없는 작품. 함 읽어보시길. 진짜 맛깔스럽게 여러 맛으로 풍부하게 조리되어 한 상에 차려진 그림책이다.  

그림책이란 것이 속으로 읽을 때의 언어와 발화할 때의 언어는 사뭇 다르고 그 미묘한 차이를 아는 사람이 번역했을 때,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꿀 때의 언어의 취사선택이 원작품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번역그림책을 보면서 매번 느끼는 것 중 하나이다. 일반 독자가 그녀가 얼마나 그림책의 한단어 한단어의 언어에 신경을 쓰는지,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효율적으로 이 책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지 고심한 흔적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니 정말 뛰어난 어린이 책 번역가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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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그림책 신간 코너에 가서 몇 권 훑어보니, 단행본 그림책 일러스트 수준이 아직은 전집의 일러스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전집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가 전집의 일러스트는 단순히 글을 전달하는 보조적인 역활에만 그치고 있고, 기법이 전통적인 수묵화 방식이나 대입학용 유화 아니면 수채화 기법 수준이라는 것 때문이다. 한 때 백희나나 배현주같은 그림책 작가들이 반짝 나와 우리나라도 그림책 시장이 전반적으로 다양한 형식과 기법이 넘쳐, 진일보하겠거니 했더니 일,이년 사이에 다시 제자리이다. 그림책의 형식뿐만 아니라 이야기자체도 별반 특이한 소재나 주제, 거의 보지 못했다. 외국에서 상 받았다는  타이틀 내건 그림책 몇 권 보고, 형식은 둘째치고 이야기 내용이 과거 지향이여서, 나로서는 그렇게 좋은 점수 주고 싶은 맘, 눈꼽 만큼도 생기지 않았다.

전집 작가들의 특징은 작가 개인의 개성보다는 보편성에 역점을 두기에, 언제 어디서든지 다른 작가에 의해서도 능히 그려질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런 평범함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좋은 일러스트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 사람의 엄마로서는 점점 커지는 전집 시장의 그림이 반가울리 없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폭발적으로 움직였던 부문이 어린이 그림책 시장이었던 것 같은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시들해진 모양이다. 혹 집 근처에 어린이 전집 시장이 있어  한번 둘러보면, 위인, 과학, 판타지등과 같은 분야만 다양했지 일러스트는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일러스트,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에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사람들은 내용만 괜찮으면 다 괜찮다라고 말할 것이다. 

아마도 그림책에 대한 경시가 나온 결과가 아닐까. 그림책의 일러스트는 예술적인 감각을 가질 수 없다라는 편견과 경시말이다. 하지만 흔히 어린이들만 본다는 그림책의 작업은 사실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수년간 꼼꼼히 그림책을 보는 내가 가장 먼저 그림책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은 글에서 그림을 뽑아내는 그들의 솜씨에 대한 경탄이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궁합이 맞아야 하는데, 이야기에 따라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화면 전환은 영화와 달리 정지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삽입해야하고 이야기의 화면 전환이 착착 끊기지 않고 유연하게 잘 넘어가야 한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화면은 언제나 영화에서 말하는 클로즈업이나 다름없다. 그림책 작가가 글에서 뽑아낸 정지된 이미지를 아이들의 맘 속에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작업, 이런 작업은 이건 완전히 그림책 작가의 예술적 재능이고  일러스트 작가가 글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없으면 좋은 이미지를 글에서 뽑아낼 수가 없다. 일러스트 작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고, 글에서 이미지를 잘 뽑아내서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수립하는 사람들이다. 전집 시장에서 횡행하는 일러스트 작가들은 그림은 잘 그리는, 하지만 글에서 이미지를 뽑아 낼 줄 모르는 사람들뿐이다.  

그림책 시장의 일러스트가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좋은 그림책 작가들이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 일러스트라는 이름하에 아무렇게나 찍하니 몇 장 그리고 그림책을 내는 그런 형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림책이란 한 분야에 끊임없이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자신의 창작욕구를 실험하고  이야기를 긁어모으고 이미지하는, 백희나나 배현주 같은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그림책 작가들이 많아져야 하고 그들이 그림책 시장을 이끌어 가야하지 않을까. 요 몇년 동안 한두권의 그림책만으로 단행본 시장을 이끌어가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모리스 센닥같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일러스트의 반항아 한명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New Clothes for New Year's Day 

Waiting for Mama (Korean Edition) 

미국 아마존에 우리 그림책 

こいぬのうんち 

ソルビム〈2〉お正月の晴れ着(男の子編) 

ふわふわくもパン일본 아마존의 우리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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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11 09: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기억의집님
설빔책을 사려다 땡투를 남기며 새해인사도 전합니다.

기억의집 2010-01-12 11:2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날씨가 추운 거 같은데 점심 따스한 거 먹으세요!
오늘도 도시락?!
 

バムとケロのさむいあさ

시마다 유카의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캐릭터의 외모는 어른인 제 눈에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는데, 바우와 게로의 일상이 알콩달콩한 귀여운 상상력과 만나 벌어지는 모험이야기가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그림책이라는 세상은 들어요. 특히나 그림책 속의 소품이 이 작품만큼 볼거리가 많고 독특하게 변형된 작품도 없지요. 소품이 너무 귀여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마다 유카의 <바무와 게로의 하늘여행>이 95년작이고 <오늘은 시장보러 가는 날>이 99년 그리고 위의 빙판낚시(?)하는 그림책은 96년 작입니다. 실제로 그림책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하늘여행>이 초기작인데 다른 바무와 게로 시리즈보다 색이 휠씬 경쾌합니다. 이 바무와 게로 시리즈가 90년대까지 작품들이고 2000년대에 들어오면 작가가 다른 캐릭터로 다른 작품을 선보이는데........인기가 바무와 게로만 못하지 않나 싶어요. 일본어를 알면 일본위키에 들어가 작가에 대해 정보 좀 알 수 있으면 좋으려만. 작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어, 저로써는 무지 답답합니다. 제 추측인대요. 이 시리즈로 돈 많이 벌었나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일본어판인 저 위에 있는 빙판낚시하는 그림책을 2007년에 산건데, 43쇄 인쇄된 책입니다. 책값이 무려 1,500엔이구요. 그림책 한권에 1500엔이면 솔직히 비싸지 않나요? 낼 화천축제가 열려서 아이들하고 이 책 한번 들여다봤어요. 아이들은 화천축제가 가고 싶어 안달안달하는데, 전 거기 가면 추워서 벌벌 떨고 ........ 바무와 게로의 추운 겨울날의 에피소드, 역시나 이 그림책 이야기도 재밌어요.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풋, 웃음이 나올 정도로요.  



          
이 목욕통 소품, 참 기발한 아이디어죠? 뭘까요? 아이들하고 한참 이야기했는데..잘 모르겠어요^^
 
          
  아, 정말 이 그림책의 압권인 장면입니다. 울 아이들도 이 장면 따라해서 온 집안이 난리가........ 
 
 
 
  허걱! 도대체 너! 너! 너! 뭐밍~~~~

뒷 표지의 이야기 앞표지와 연결해주세요^^ 

이 정권이 하는 짓에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아침입니다. 바무와 게로처럼 하품 한번 하고 일어나 편안한 하루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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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집님 저기 오리 몸에 물에 적신 스펀지 짜주는 장면은요 번역 해보면 [먼저,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워요. 조금씩 아가오리도 물에 적셔줍니다.] ㅋㅋ 이동화책 정말 재밌는데요. 그장면 바로위에 구루마를 끌고 가는 장면은요[어쨌든 우리집으로 끌고 가야지] 이책은 일본어 설명보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수 있네요.

기억의집 2010-04-28 14:39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그림만 아이들하고 같이 봤어요. 그림책은 어른이 봐도 무방하지만 아이들하고 같이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교감이 참 좋아요. 그 분위기 때문에 자꾸 읽어주는 거 같아요. 아, 오늘 큰 애때문에 너무 짜증나서 기분이 완전 다운이에요. 학원 가기 싫다고..징징대서. 근데 저는 사실 공부 진짜 안 시키는 엄마거든요. 끽해야 학원에서 1시간 30분정도 하고 오는 것이 우리 큰애가 공부하는 양의 전부인데...집에 오면 테레비 보고 지 동생하고 놀기만 하는데..게다가 공부 잘 하라라고 닥달도 하지 않는데..며칠 전부터 저러니깐 너무 짜증나요. 너무 놀려서 저런 가 싶기도 하고..에궁궁.

scott 2010-04-2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마음 모르는 아들...우웅웅 놀고 싶은건 누구나 하고 싶은데.. 닥달한다고 말을 듣는것도 아니죠.. 연* 엄마 처럼 되는건 하늘에서 내려야 하나봐요. 기억의 집님 서재에 링크 된 사진 보면 어~부~바 하는 모습이 딱 엄마 마음이건 같아. 볼때마다 맘이 짠~ 해요. 힘내세요!

기억의집 2010-04-29 16:03   좋아요 0 | URL
전 독종이 못 되서 울 아들 장래가 걱정되요^^
 

어제 책도 순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알라딘에 일본소설 책, 특히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몇 권 내놨더니 요즘 나온 신간은 제법 쳐주는데, 지난 책들은 거의 헐값으로 부르더라는.  <호숫가 살인사건>과 <게임의 이름은 유괴>라는 작품은 알라딘 매입가가 300원이다. 요즘 껌값이 500원이니깐, 300원이면, 껌값도 안된다. 그럼 내가 겨우 300원짜리 가치밖에 안 되는 책들을 지난 몇년 동안 읽었단 말이야라는 자조가 일었다. 300원이라는 매입가에 열받아 이 책들은 개인책방으로 내놓고 나머지 28권은 알라딘에 팔았는데, 알라딘에서 승인이 나기도 전에 나의 장바구니에는 살 책으로 가득 찼다. 내가 내 놓은 책이 단기간이든 장기간에 팔리던 팔리지 않던 간에, 책 팔면서 드는 생각은 알라딘은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책 이제 사지 말아야지라는 작심삼일의 결심을 또는 알라딘 중고샾에 마우스 올리면 내 손가락 부러뜨리려고 맘 먹기도 했는데.......연초에 나귀님 떠나고 생각을 달리 했다. 이제 책 사다 놓고 읽지 않는 것, 이게 이제 내 운명이려니,하고 살기로 작정했다. 에라이, 저주 받은 아니, 축복받은 인생이여. 솔직히 책 읽는다고 해서 막말로 돈이 나오는 것도 쌀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애정없는 삶보다는 그래도 이렇게 새 책 나올 때마다 매번 가슴 두근 거리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28권 팔아 한 4만원 조금 넘게 손에 쥐어지는데,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책은 벌써 9만원이나 된다.  

 

  

 

 

 

 

 

 

 

 

 

 

 

 

이 책들은 중고샵에 나와도 너무 비싸게 나와 그냥 신간으로 사는 게 나을성 싶다. 인문학과 과학서적은 중고샵에 내놔도 70%정도 선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 같다.  지난 해 xcxx라는 분이 중고샵에 <문명의 붕괴>와 스티브 굴드의 작품, 거의 반값에 내놨을 때 사야 했는데, 그 때 리처드 도킨스에 쩔쩔 매 살까말까 고민하다 며칠 있다 뒤져보니 금방 팔렸더라. 지금도 어제 도착한 800페이지가 넘는 <불굴의 용기>도 있는데. 책만 쌓여가고 있구나..............................덩달아 돈도 좀 쌓이면 얼마나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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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놀러간 네이버에서 책쟁이라면 누구나 눈이 확 뒤집힐 만한, 그 동네 하단 기둥에 위치한 지식인의 서재라는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컨텐츠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지식인들의 서재를 훑어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즐거움과 부러움(또는 질시)이 샘솟아 올랐다. 집안 곳곳 여기저기에 뒤죽박죽  쌓여 있고, 꽂혀 있는 우리집에 비하면, 그.들.의 서재는 책과 책장 자체가 멋진 인테리어였다.(그들의 서재를 까려는 의도로 책이 장식용 인테리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진짜 부러워서 이런 말을 썼다), 입가에 침이 질질 흘러가며 부러웠던 서재는 넓직한 공간 한 가득,  네 면의 벽이 책으로 채워진 신경숙의 서재였고(돈 좀 있으면 신경숙의 서재처럼 꾸미고 싶더라는. 헛, 어느 세월에~~~),    

 

 

신경숙의 서재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글은 건축가 송효상과의 인터뷰였다. 네이버를 통해 송효상이란 건축가를 처음 알았는데, 자신의 독서 철학이 확고하고 독특하다고 할까. 난 책을 지배한다던가 책에 지배당한다라는 갈등 구조를 떠올린 적은 없었는데, 왜냐하면 읽다가 나랑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거나 획 던져버리므로, 그 때 책과 나 사이의 행위는 분명 내가 책을 컨트롤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이 건축가여서 그런지 그의 입에서 나온 책과 개인의 지배관계에 대해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는 공감을 했다. 

   
  서재는 오픈 되어 있고 문도 없어서 직원들도 언제나 들어와서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입니다. 공간을 구획하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도록 모두 에게 공유하고자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로재(履露齋)라는 집단 자체가 공유하는 거죠. 책은 지식이고 모두가 공유해야 마땅한 것이니까요. 책의 가치는 모두가 나눌 수 있을 때 커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 지배당하는 게 좋은가, 책을 지배하는 게 좋은가’... 이것은 제가 항상 가지고 있는 의문입니다.
이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참 재미있고 좋은 것 같습니다.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책방에 가서 책을 살 경우, 책이 그저 너무 좋으니까 모든 책을 다 사고 싶다는 생각과, 이 책을 가져가면 시간이 없어 못 읽을 텐데 라는 고민과, 어렵게 산 책을 곁에 쌓아 놓고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 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이자, 책/지식/지혜와의 스트레스인데요. 이런 스트레스는 절대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 않고, 선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책과 갈등 구조를 가지고 살아보시기를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다섯 명의 지식인들이 추천한 추천목록에서 관심이 많이 가고 개인적으로 읽은 책중에서 가장 많이 겹치는 사람은 박찬욱감독이었고, 생소한 목록이어서 더욱더 흥미가 간 사람은 사진작가 배병수였다. 나중에 친구와 수다 떨 가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만화가 <보노보노>라면서...... 아, 보노보노 오프닝곡 듣고 싶다.

그리고 장한나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처음 인트로 부분에서 깔린 백뮤직때문에 지난 주 일요일 내내 이 음악 찾느냐고, 거의 편집광적인 하루를 보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어디서 들었더라, 어디서!), 알듯말듯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때마다 약오른다는. 이왕 서비스해주는 거 배경음악까지 알려주는 세심한 서비스까지 해주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난다냐. 여하튼 편집광적인 하루를 보내고 마침내 찾았다는.   

  

바로 이 음악 비발디의 Nulla in mundo pax sincera (Amor Sacro). 예전에 영화 <shine>에서 나왔던, 유명한 장면의 배경음악이기도 했다. 1996년도 영화인데, 이 장면의 동영상 구하기도, 스틸 사진 구하기도 힘들었다. 한 땐 그래도 아주 유명한 영화였는데...... 아마 지금 30대 후반이나 40이후 세대들은 이 영화의 이 장면, 바바리 코트만 입고 홀딱 벗은 채 헤드폰을 끼고 공중을 뛰어오르던 이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이 배경에서 흘러나온 이 음악, 인상적으로 머리속에 박혀 장한나의 인터뷰시 인트로부분에서 예전의 기억이 환기되지 않았나 싶다.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의 의도는 상당히 관심이 간다. 아마 집중적으로 그 쪽만 들어가지 않을까나. 많은 지식인들의 서재가 소개되겠지만 난, 다른 누구보다도 번역가 박중서씨의 서재 구경하고 싶다. 만권클럽사람들, 표정훈이나 김연수의 책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려나. 말이 만권이지 우리집 경우 그림책같이 합해서 삼천권정도 있는 것도 집이 너저분하고 이건 집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신경숙씨의 서재의 책은 만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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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8 10:00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재밌게 쓰실까 ㅋㅋ 추천 안누룰수 없네요^^

기억의집 2010-04-28 14:50   좋아요 0 | URL
스컷님, 고맙습니당~~~~ 근데 저는 이제 전자책이 활성화 되면 전자책으로 바꾸고 싶어요. 올해 이사가는 해인데..지금부터 걱정이 앞서요. 저 책들을 어찌할꼬 싶은게... 책을 제법 많이 팔아는데도 신간의 유혹에 자꾸 넘어가요.

scott 2010-04-28 20:30   좋아요 0 | URL
저는 얼마전부터 아이리버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 편리한 점이 많아요. 문제는 보고싶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대부분 출판이 안되있거나 있어도 종이책에서 35%정도 싼 정도인데 사실 가격이 더 내렸으면 해요. 비싸다는생각에...소장 하고 싶은 도서와 이북으로 보는 도서가 정해져 있는것 같아요. 콘텐츠가 좀더 다양해진다면 참 좋은데 출판사들입장에서는 이북으로 내놓는게 반갑지 않나봐요. 저도 신간 출간되면 유혹에 흔들리는데.. 책값 진짜 비싸죠 ㅜ.ㅜ

기억의집 2010-04-29 16:10   좋아요 0 | URL
네, 너무 비싸요. 지금 눈독 들이고 있는 가다라의 돼지는 무려 가격이 19,8000원 이더라구요. 10% 할인해서 17,000원 대인 거 같은데, 일단 장바구니에 넣긴 했는데 쉽게 마우스 오른쪽이 안 눌러져요.
이번 주는 장난 삼아 로또나 하나 사야겠어요^^